[왕과 나] 운동과잉, 불면증을 겪었던 ‘정종’

기사입력 2015.09.10 2:4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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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땅한의원 장동민 원장

 

문1. 자, 매주 목요일은 <조선왕조실록>과 <동의보감>을 통해 <왕의 건강법>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원장님, 지난주에 태조 이성계를 알아봤으니 오늘은 2대 정종 순서이겠군요?

 

답1. 네 맞습니다. 원래 태조에게는 총 여덟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요, 그 중 첫째의 이름이 ‘이방우’였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첫째는 왕이 되지 못합니다. 태조 2년 12월 13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진안군(鎭安君) 이방우(李芳雨)는 임금의 맏아들인데, 성질이 술을 좋아하여 날마다 많이 마시는 것으로써 일을 삼더니, 소주(燒酒)를 마시고 병이 나서 졸(卒)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야말로 술 때문에 왕위뿐만 아니라 목숨까지 놓친 경우지요.

 

그래서 둘째아들인 ‘이방과’가 대신해서 왕위에 올라, 2대 정종이 됩니다. 하지만 실제 정종은 왕위에는 아무 관심이 없어서, 동생인 태종에게 왕위를 물려줄 생각만 했다고 합니다.

 

문2. 원장님, 이 때 왕위 계승과 관계되어 일어난 사건이 바로 이른바 ‘왕자의 난’인거죠?

 

답2. 네 맞습니다. 정종은 ‘1차 왕자의 난’때도 왕위를 거절하다가 억지로 등 떠밀려 왕위에 올랐었는데요, 다음 해인 정종 2년에 다시 또 ‘제 2차 왕자의 난’이 일어나자, 그 난을 일으킨 동생 정안대군을 아예 왕세자로 책봉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채 일 년도 되기 전에 동생에게 왕위를 물려주는데, 이 왕이 바로 3대 태종입니다.

 

사실 원칙적으로 왕의 동생이니까 ‘왕세제’라야 마땅한데, 정종을 무시하고 태조의 아들이라는 의미로 ‘왕세자’로 책봉한 것부터, 정종은 거의 왕으로 인정받지 못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후 상왕으로 물러난 정종은 63세의 나이에 승하하였습니다.

 

문3. 원장님 조선시대 왕들의 평균수명이 46세인 것에 비하면, 정종은 비교적 장수한 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장수의 비결이 따로 있었을까요?

 

답3. 네 맞습니다. 조선시대 왕들 중에 60세 이상 장수한 임금이 딱 여섯 분인데요, 그 중의 한 분이 바로 정종입니다. 정종의 장수 비결은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조선시대 임금 중에서 정종은 광적으로 운동을 좋아했던 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왕조실록> 곳곳에서 ‘격구(擊毬)’라는 운동을 가지고 신하들과 입씨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정종 1년 8월 29일과 10월 13일의 기록에는 왕이 앓던 병이 낫자마자 바로 격구놀이를 시작했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심지어 정종 1년 5월 1일의 기록에는 ‘격구 폐지를 요청하는 상소문’을 올린 신하들에게 징계를 내리기까지 했다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문4. 그 정도면 상당히 집착을 하는 수준인데 말이죠, 정종이 그렇게 심하게 격구를 한 이유가 있는지요?

 

답4. 네 정종 스스로가 그 이유를 밝히고 있는데요. 정종 1년 1월 9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과인(寡人)이 병이 있어 수족이 저리고 아프니, 때때로 격구를 하여 몸을 움직여서 기운을 통하게 하려고 한다”고 얘기하고 있고, 3월 13일의 기록에는 “내가 무관(武官)의 집에서 자랐기 때문에 산을 타고 물가에서 자며 말을 달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으므로, 오래 들어앉아서 나가지 않으면 반드시 병이 생길 것이다. 그러므로 잠정적으로 격구하는 놀이를 하여 기운과 몸을 기르는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팔다리의 저리고 아픈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운동요법을 택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문5. 그런데 말이죠, 이렇게 산으로 들로 다니던 사람이 좁은 궁궐에 갇혀있는데다, 하기 싫은 왕까지 억지로 하고 있었으니, 정종의 스트레스가 매우 심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5. 네 맞습니다. 정종 1년 3월 13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왕이 스스로 왕위에 오르기 전부터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고백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매일 새벽에야 잠이 들었기 때문에 항상 늦잠을 자서 가족들에게 게으르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였는데, 왕에 즉위한 이후로는 좀 좋아졌다가 다시 악화되어 괴롭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말하기를, 그 원인 또한 밤마다 마음속으로 번민하여 괴로워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정종 스스로 자신의 스트레스가 매우 심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문6. 네, 예나 지금이나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군요. 자, 원장님 말나온 김에 이러한 불면증을 치료하는 한약이나 침도 있는지요? 한약 중에도 수면제나 신경안정제와 같은 약들이 있는지요?

 

답6. 네 직접 잠이 오게 하는 약재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잠이 오지 않게 된 근본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쪽으로 치료를 합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 과잉으로 심기(心氣)가 부족해진 경우에는 심혈을 보강하는 처방을 사용하여 마음에 여유를 만들어줍니다.

 

또한 몸에 쓸모없는 화나 열이 많아져서 잠을 이루지 못할 때는 그 화나 열을 식혀주는 처방을 사용합니다. 잠이 오지 않게 막던 원인이 해결되면 잠은 저절로 온다고 보는 것이지요.

 

문7. 네 물고기를 주는 것도 좋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줘야 된다든 뜻이군요.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몸에 화나 열이 많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얘기는 흥미롭네요. 실제 체온이 상승하는 것을 말하시는 건가요?

 

답7. 실제 체온계로 온도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일례로 몸속에 진액성분이 부족해지면 음양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화나 열이 많아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허열이나 허화라고 부르는데요, 감기 걸렸을 때처럼 고열이 나는 것이 아니라 열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율신경 계통으로 보면, 교감신경이 항진되는 경우와 유사하다고 하겠는데요, 역시 불면증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여름철 무더위에 열대야 현상이 되면 다들 잠이 안와서 시원한 한강둔치를 찾게 되는 것도 비슷한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반대로 눈밭에서는 잠들지 않으려고 버티다 잠들어 얼어 죽는 경우들이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이유기도 합니다.

 

문8. 심한 불면증은 물론 병원에서 치료해야 하지만, 가벼운 경우에는 생활환경과 습관만 바꿔줘도 개선시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오늘 마지막으로 불면증을 개선시킬 수 있는 간단한 방법 몇 가지만 짚어주시지요.

 

답8. 네 가벼운 운동을 통해 약간의 피로감을 만들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약간 미지근한 온수로 가볍게 샤워를 해서 몸을 이완시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물론 너무 심하게 운동을 하거나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물로 목욕을 하게 되면 오히려 각성효과가 나타나 더 잠을 못잘 수도 있으니,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 술의 도움을 청하는 분들이 계신데요,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과음을 하게 되면, 잠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역효과를 거둘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동민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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