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땅한의원 장동민 원장
문1. 자, 매주 목요일은 <조선왕조실록>과 <동의보감>을 통해 <왕의 건강법>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원장님, 오늘은 4대 임금이니 그 유명한 세종대왕 순서겠군요?
답1. 맞습니다. 수없이 많은 업적 덕분에 조선시대 왕 중에서 유일하게 ‘대왕’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고 있지요. 그런데 그 호칭만큼이나 질병도 어마어마하게 앓으셨습니다. 눈병부터 시작해 당뇨, 비만, 수전증 등 온갖 질병을 앓아, 그야말로 종합병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일단 1부를 얘기하고, 다음주에 2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문2. 2부까지 생각하고 계시다니, 정말 많은 병을 앓으셨나보네요. 자 그렇다면 가장 먼저 말씀해주실 병은 어떤 건가요?
답2. 네, 가장 먼저 말씀드릴 병은 ‘비만’입니다. 세종이 독서와 학문을 좋아했다는 사실은 아주 유명한데요, 아버지 태종이 이렇게 책만 파는 세종의 건강을 염려해서 책을 없애버렸다는 얘기는 아주 유명하죠. 거기다 태종은 이러한 세종을 수시로 끌어내서 강제운동을 시킵니다.
세종 1년 2월 20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태종이 아들 세종의 건강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주상(세종)의 몸이 너무 무거우니, 내일은 주상과 더불어 노상왕(정종)을 모시고 동쪽 교외 광진(廣津)에 가고자 한다.”라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실제 다음날인 21일에 세 명의 전 현직 임금이 매사냥을 갔다가 해가 저물녘에 돌아왔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세종은 절대적으로 운동량이 부족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문3. 왕들은 12첩 반상의 과식을 한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운동량까지 부족했으면, 당연히 비만이 되었겠군요?
답3. 맞습니다. 실제 세종은 육식을 좋아해서 고기 아니면 밥을 먹지 못하는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버지 태종은, 자신이 죽은 뒤에 비록 상중이라 하더라도 세종에게는 고기를 먹게 하라고 했을 정도였다고 하니, 정말 무척 육식을 즐겨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육식을 좋아하며 가만히 앉아 책 읽기만을 좋아하였으니, 당연히 몸이 무거워지고 비만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소모되거나 배출되는 양은 부족하고, 들어오거나 축적되는 양이 많아지게 되면, 당연히 비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비만치료의 핵심은 몸속에 들어오지 않게 막거나 또는 많이 소모되거나 배출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인 것이죠. 결국 가장 많이 권고되는 다이어트 방법이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인 것이기도 하구요.
문4. 세종대왕이 드라마처럼 날렵한 몸이 아니었군요.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원장님, 일전에 한방 다이어트 얘기가 나오면서 ‘마황’이라는 약재가 구설수에 오른 적 있었는데요, 이거 다이어트 한다고 아무나 함부로 먹으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답4. 물론입니다. 아시다시피 한약재는 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농산물이 있고, 의약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재가 있는데, 마황은 그 중에서 의약품용 한약재이기 때문에 반드시 한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복용해야합니다.
원래 마황은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땀을 발산시켜 감기나 피부병을 치료하는 처방에 응용되는 약재인데, 체지방을 분해시키는 비만치료에도 응용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체질과 증상에 따라 그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한의원에서 진단을 받고 처방받아야 안전하고 효과적입니다. 실제 한의원에서 처방되는 비만치료 한약 중에는 마황이 포함된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문5. 역시 정확한 진단이 먼저라는 말씀이셨고요, 자 다시 세종으로 돌아가 보시죠. 세종이 이렇게 비만이었으면 당연히 여러 성인병을 앓았을 것 같은데요?
답5. 물론입니다. 가장 먼저 생각해볼 부분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인데요. 사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의 경우에는 그 당시 혈압계나 혈액검사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짐작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당뇨병의 경우에는 유사한 병증으로 미루어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그 병증이 바로 소갈증이라는 병증인데요, <왕조실록>을 보면 세종은 이미 이십대 후반부터 이 소갈증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습니다.
실제 세종 나이 42세에 기록된 <왕조실록>을 보면, 세종 스스로 지독한 눈의 통증을 호소하면서, 자신이 이미 13~4년 전부터 소갈증으로 고통 받아 왔음을 언급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렇게 세종은 젊은 나이에 얻은 소갈증으로 인해 평생을 고생하게 되는데, 나이 43세의 <왕조실록>을 보면, 이미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이 한 동이 이상이어서, 그 증세가 매우 심해졌을 알 수 있습니다.
문6. 아, 이 소갈증이 현대의 당뇨병과 유사한 병증이군요? 원장님, 이왕 말 나온 김에 조금 더 소갈증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려볼까요?
답6. 한의학에서 말하는 소갈병은 소(消)와 갈(渴)을 주증으로 하는 병증입니다. 여기서 소(消)란 마치 눈송이가 불에 닿자마자 녹아 없어지듯이 몸속 내부에 형성된 열에 의해 체액이 마르는 것을 얘기하기도 하고요, 음식물을 먹자마자 곧 소화되어 먹어도 먹어도 자꾸 먹고자 하는 다식(多食) 증상을 보이면서도 오히려 몸이 야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갈(渴)이란 목이 몹시 말라 물을 마셔도 자꾸 마시려 하는 다음(多飮) 증상이 있다는 뜻인데요, 그토록 갈증이 나는 이유는 장부에 형성 된 열에 의해 체액이 고갈된 까닭도 있고, 소변을 너무 많이 보는 다뇨(多尿) 증상에 의하여 체액의 결핍 상태가 이루어져 이를 보충하고자 물을 자꾸 마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 다식, 다뇨의 삼다(三多)를 소갈의 대표적 증상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문7. 소갈증에 대해 듣고 보니 당뇨병과 정말 비슷하네요, 원장님 그렇다면 한의학적으로 이러한 소갈 즉, 당뇨병을 치료하는 방법도 있었나요?
답7. 물론입니다. 만약 왕이 이렇게 소갈병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어의들이 두 손 놓고 있다가는 목숨이 위태로웠겠죠. 실제 왕들이나 양반들이 소갈증을 많이 앓았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를 치료하는 처방들도 많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이 소갈병을 상중하의 3가지로 나누어 치료했는데요, 세 가지의 소갈병이 모두 진액이 마르고 속열이 생기며 기혈이 허하여 더 이상 진액을 만들지 못하는데 기인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당뇨가 의심이 되거나 치료가 잘 되지 않는 분들은 가까운 한의원을 찾아가 보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문8. 역시 비만은 모든 성인병의 시작이 되는군요. 원장님 이러한 비만과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습관 한번 짚어주시죠.
답8. 네. 비만과 대부분의 당뇨병은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금 말씀하신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병원에서도 초기에는 일단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통해 인체 스스로 혈당을 조절할 수 있게 유도하는 생활개선 지도를 먼저 하듯이, 스스로의 생활습관을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결국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과식하지 않으며, 적절한 운동을 통해 기혈순환과 체중조절을 하는 것이, 비만과 당뇨병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