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구: 헬조선③] “청년 일자리지옥 여전해…직접 나섰다”

기사입력 2015.10.27 5:0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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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LINE// 지난 9일, 거리에 선 건실한 청년들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헬조선’이 적힌 커다란 딱지를 내리치는 모습이 각종 매스컴에 올랐다. 이 지옥 같은 한국사회를 뒤집어버리고 싶다는 분노의 표현일까. 이들은 누구이며 왜 이런 행위를 했던 것일까. 캠페인을 기획한 청년단체 ‘청년공감’의 핵심멤버, ‘청년하다’ 유지훈 대표를 만나 청년들이 왜 분노했는지, 그들에게 왜 대한민국은 ‘헬조선’이 돼버린 건지 물었다.

 

※ ‘청년하다’ : 청년들의 정치적 힘을 모아 청년문제 전반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

※ ‘청년공감’ : ‘청년하다’와 ‘한국청년연대’,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한국대학생문화연대’, ‘KYC한국청년연합’ 등 20여개 단체가 2016 총선을 앞두고 ‘청년의 목소리를 직접 담은 정책을 만들자’는 취지로 한 달 전 설립한 네트워크.

 

 

 

Q.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우리나라는 왜 헬조선이 되었나. 

 

A. ‘헬조선’이라는 단어는 이 시대에 대한 냉소의 표현이다. 우리는 조선시대 계급사회로 회귀했으며 나는 헬조선의 한낱 ‘쇠수저’, ‘흙수저’일 뿐이라는 것이다. 신조어 ‘N포세대’라고 들어봤나. 이 시대는 청년들을 자꾸만 ‘포기’하게 만드는 시대다. 취업, 연애, 결혼 심지어 꿈과 희망까지도.

 

(지난 7월 13~17일 청년전략스페이스 연구기획단에서 전국 42명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그룹인터뷰에서 청년들은 힘든 점으로 ‘취업의 어려움’, ‘감당 안 되는 지출’, ‘일등 제일주의, 즉 무한경쟁시스템’ 등을 꼽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취업 낙방, 턱없이 적은 일자리. 최저시급은 적은데 등록금과 생활비는 말도 안 되게 많이 든다는 하소연이다.)

 

Q.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일자리 문제다. 공대, 경영대 출신 일부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졸업을 유예한 채 알바에 찌들어가며 취업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바뀐 한국경제의 현실을 보자. 한국 기업들은 단기수익 중심의 기업 경영, 주주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경영관행을 도입했다. 그 결과 비정규직 채용이 늘어나고 안정적 일자리는 줄었다. 이는 국민의 임금과 소득 차이로 이어지며 소득 분배구조를 악화시켰고 경제적 불평등의 확대를 낳았다.

 

Q. 그러나 중소기업은 여전히, 인재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고 말한다. 혹 청년들의 눈이 높아 취업이 미뤄지는 것은 아닌가?

 

A. 청년들이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을 바라보는 이유는 눈이 높아서가 아니다. 그들은 구조적 문제를 직시했고, 그저 합리적 선택을 하고 싶은 것이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얼마나 큰가. 금융위기 이후 6년 동안 삼성전자의 실질임금은 41.5%, 현대자동차의 임금은 23.9% 인상했지만 제조업 중소기업의 실질임금은 7.4% 증가했다. 물가는 오르고 써야할 돈은 많은 상황에서 청년들이 대기업에 지원하려고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단지 임금 차이가 아니다. 복지수혜율 격차도 심각하다.

 

많은 청년들은 중소기업에 가서 30년 고생할 바에야 3년 고생해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또한 이뤄지기 매우 힘든 꿈일 뿐이다. 1996년에서 2010년 사이 중소기업에서 고용을 400만명 늘리는 동안 대기업은 오히려 96만명을 줄였고 직원 상당수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했다.

 

 

 

 

Q. 정부와 회사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들이 있지 않나.

 

A. 왜 청년들이 요구하는 메시지에 다르게 답하나? 일자리를 늘려달라고 하면 파트타임 일자리를 늘려준다. 그 말이 아니지 않나. 정부는 2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중 12만 5000개는 인턴, 비정규직, 취업연계(취업 교육과 일자리 병행) 고용이더라. 생계를 꾸려가야 할 청년들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 아닌가.

 

Q. 청년 일자리문제, 유독 우리나라가 심각한 것인가.

 

A. 아니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이 청년 실업문제로 허덕인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임금 불평등이 유독 심하며 고용불안정도가 높다는 점이다. 2011년 기준 OECD국 사이에서 우리나라는 임금불평등이 4번째로 심한 나라였다. 고용불안정도 심했다. 지난 7월 기준 한국 노동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5년으로 OECD국가 중 가장 짧았다.

 

Q. 어떤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A.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대학생 80여명이 모여 집필한 전략보고서가 있다. 우리가 일자리 문제에 관해 제언하는 정책은 다음과 같다.

 

▲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개선 및 차별 철폐 ▲ 정규직 채용 유도 ▲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간극 해소 (임금차이 법적 제한, 저임금 장시간 노동 금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시스템 구축 등) ▲ 근본적 대책으로서의 비정규직 정책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준수,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정규직 고용 증대, 중소기업에 대한 정규직 고용 지원책 마련 등)

이밖에도 생활비, 주거비, 통신비에 대한 감면·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청년고용재정은 현재 전체 예산의 0.67% 정도로 2조 남짓한 상황. 적어도 3%인 12조 정도는 배정돼야 한다는 정책을 구상했다.

 

 

Q. 정책실현을 위한 캠페인도 진행한다고 들었다.

 

A. 두 차례에 걸쳐 ‘헬조선 뒤집기 딱지치기’를 진행했다. 헬조선 단어가 쓰인 딱지를 뒤집으면 최저시급 인상, 청년 일자리 창출, 삼포방지법 등 정책이 나타나는 형태였다. 빵빵 소리나는 딱지와 함께 스트레스를 해소하자는 의미도 있었다. 참가자들이 재미있어했지만 ‘딱지 한 번 쳐봤자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 측면도 있어 씁쓸했다.

 

또 피켓 행사를 비롯,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한다. 카카오톡 옐로아이디로는 청년들이 진짜 원하는 것들, 이뤄져야 할 사안들에 대해 소통한다. 오는 11월 14일에는 청년들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청년이 행동한다’는 사실을 공식 선포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행사다. 2000명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고 집회 후 행진을 할 생각인데,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행사가 되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Q. 청년, 노조가 기성세대에 반항을 즐기는 것 아니냐는 일부 시선도 있다.

 

A. 이들이 왜 거리에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왜 이런 행동들을 하는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길 바란다. 기성세대는 거의 20대 아들, 딸을 둔 부모 아닌가. 그들의 성공적인 취직을 바라며, 그들이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럴 시간에 공부나 하라고? 학점 4.0 만점을 받아도 취업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토익 만점 받아도 안 된다. 시험공부, 고시공부만 죽도록 하면 뭐하나. 청년이 직접 나서야 현실이 바뀐다.

 

Q. 운영이 쉽지는 않겠다.

 

A. 그렇다. 회원들에게 매달 5000원씩 걷어 방세를 내는 실정. 부족한 사업비는 서울시나 펀드에 지원을 받는다. 그것도 부족하면 또 각출이다. 경제적으로도 힘들지만 제일 어려운 점은 청년들의 ‘정치에 대한 환멸’을 어떻게 깨줄까 하는 고민이다.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우리가 한다고 바뀌나?’ 하는 의문만 품을 뿐. 그들을 어떻게 행동하게 할까.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면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야 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이 역할을 해야 한다. 청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사진=청년공감, 한국비정규노동센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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