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LINE//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속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엽기적 살인사건을 만나게 된다. 용인 캣맘 살인사건, 신림동 고시원 살인사건, 트렁크 시신 살인사건 등 붙은 이름도 다양하다. 어쩐지 저녁 퇴근길이, 갑작스럽게 들리는 초인종 소리가, 길에서 마주친 취객이 두려워진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세상이 점점 흉흉해진다"고.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가져보자. 한국 사회의 살인사건은 실제로 늘고 있는 걸까? 혹시 우리가 접하는 '살인 사건 보도'가 늘고 있는 건 아닐까?
# 살인사건, 실제로 늘었나?
결론부터 말하겠다. '살인범죄' 자체는 과거에 비해 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줄어들었다. 경찰청이 매년 발표하는 경찰범죄통계에 따르면 2010년 살인사건 발생 건수는 1252건. 2014년 발생 건수는 913건으로 4년 새 339건 줄었다. 이중 기수는 2010년 453건, 2014년 372건으로 역시 감소했다.
그간의 변화를 봐도 매년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미수와 기수를 합쳐 2010년 총 1252건이었던 살인사건은 2014년 913건으로 줄었다. 이 중 기수 발생건수는 2010년 453건, 2014년 372건으로 조사됐다. 살인범죄 발생비도 인구 10만 명 당 발생비도 2010년 2.5건에서 2014년 1.8건으로 감소했다.
# 사건은 주는데 보도는 는다
살인사건 발생 건수가 줄었다고 보도도 줄었을까? 전혀 아니다. 2010년과 2014년 살인사건 보도 건수를 비교해봤다. '살인사건'을 키워드로 연예매체와 매거진을 제외한 언론사를 대상으로 검색해봤을때 보도건수는 3589건. (영화, 드라마, SBS '그것이 알고싶다' 등 방송 프로그램은 제외했다) 같은 기준으로 검색했을 때 2014년 보도는 무려 2만 580건으로 집계됐다. 4년 새 무려 5.7배가 증가한 것이다.
# 창구가 너무나 많다
살인사건의 경우 여타의 범죄 보도에 비해 주목도가 높으니 언론사 입장에서도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보도한다. 물론 이런 현상은 종이신문과 방송사만이 존재했던 1980년대에도 있었다. 최근 들어 살인보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에는 더욱 치열해진 매체들의 경쟁과 스토리텔링식 보도의 유행, 뉴스 수용자들의 이용 행태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2010년 방송, 신문, 인터넷언론, 뉴스통신사를 포함한 전체 언론매체 수는 2693개. 2014년에는 3686개 매체로 늘었다. 종이신문도 1355매체에서 1541매체로, 방송채널도 45개에서 63개로 증가했다. 가장 큰 증가를 보인 것은 인터넷 언론. 2010년 1292개 매체였던 인터넷 매체는 4년 만에 2068매체로 늘었다. 이들 언론사들이 운영하는 SNS 페이지까지 더하면 수용자들이 접할 수 있는 채널은 더욱 늘어난다.
매체 수가 늘어나며 보도 경쟁도 치열해졌다. 단독 경쟁은 물론이고 수사 과정에서 밝혀지는 모든 것들을 경쟁적으로 기사화 한다. 단순 팩트(fact)를 나열한 스트레이트 기사는 물론이고 사건을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스토리텔링 기사도 쏟아진다. 사건 자체로도 충격적이고 수사과정도 극적인 살인사건은 스토리텔링 기사에 아주 적합한 소재다. 매체들은 사건을 시간 순으로, 인물의 시점으로 재구성한다. 마치 소설처럼 자극적인 묘사와 제목이 더해지기도 한다.
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4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이동형 인터넷(스마트폰, 태플릿 PC등)을 통한 기사 이용률이 2012년 종이신문을 따라잡았고, 2014년에는 고정형 인터넷(데스크톱)을 뛰어 넘었다. 2014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9.6%가 이동형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읽는다고 답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보는 기사를 보는 방법은 단순히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페이지에 그치지 않는다. SNS의 언론사 공식 페이지, 모바일 뉴스 어플리케이션, 뉴스 위젯, 지인들이 메신저나 SNS를 통해 전달하는 기사들까지 시시각각 다양한 창구를 통해 뉴스를 접하게 된다. 일부 SNS는 굳이 검색하지 않아도 이용자의 타임라인에 뉴스를 공유하는 기능을 제공하기도 한다. 무심코 타임라인을 보다가도 살인 사건 보도를 접하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 살인보도의 홍수, 문제는 없을까?
살인보도의 수가 많아지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보도 과정에서 밝혀지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신분 노출, 범행 수법들의 구체적 묘사는 문제점으로 지적받기도 한다.
「미디어의 살인사건 보도에 관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간 살인보도 중 84.7%가 피해자의 연령을, 76.8%가 성별을, 22.6%가 직업을 언급했다. 실명을 언급한 경우도 7.6%에 달한다. 언론은 피해자의 특성을 따 '*** 살인사건'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마치 영화의 제목처럼 굳어져 버린다. 이같은 프라이버시 문제는 용의자에게도 적용된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용의자의 직업, 성별, 성, 이름, 나이, 초상 등의 정보가 언론을 통해 노출되기도 한다. 무혐의로 밝혀질 경우 평생을 오해 속에 살아야 하는 위험이 있다.
모방범죄의 위험성도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점이다. 살인사건의 수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예방의 효과도 있지만 동시에 범죄의 수법을 알려주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모방범죄 가능성이 더욱 높다. 지난 달 발생한 중학교 부탄가스 폭발 사건의 범인인 이 모군은 "조승희처럼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며 범행 동기를 밝히기도 했다.
살인사건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사회적 사건에 대한 보도가 언론의 역할인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범람하는 속보성 보도와 지나지게 자극적인 범죄 묘사가 우리를 더욱 불안감에 떨게 하는 것은 아닐까.
※ 참고자료
「한국언론연감 2011」
「한국언론연감 2014」
「2010 경찰범죄통계」
「2014 경찰범죄통계」
「2014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미디어의 살인사건 보도에 관한 연구」(한국범죄심리 연구 제10권 제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