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구:헬조선⑨] 워킹맘,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기사입력 2015.10.30 3:5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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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LINE// 사회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여성들을 일컫는 용어가 많이 생겼다. 여풍, 워킹맘, 슈퍼맘, 알파걸, 슈퍼걸 등등. 이 중에서 우리는 이 단어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바로 '워킹맘'.

 

밖에서 일하는 엄마보다 집에서 일하는 엄마가 많았던 시절에는, 가사의 고단함은 가볍게 무시됐었다. 남들 다 하는 거 힘들어해선 안 된다는 해괴망측한 사고의 지배와 함께 말이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경제활동을 바라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경제적인 이유가 됐든, 자아실현의 욕구 때문이든 '결혼=사직'은 고리짝 이야기가 된 셈이다. 결혼은 또 다른 인생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엄마들의 위치는 위태롭다. 워킹맘으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더더욱. 본의 아니게 눈칫밥을 먹게 되는 위치에 바로 워킹맘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ㅇㅇ엄마’보다 ‘ㅇㅇ씨’라는 사회적 호칭에 더 익숙한 사람들을 만나봤다. 육아와 가정,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며 인생의 목표를 찾기 위해 방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 ‘워킹맘’이란

 

뉴스에이드(이하 N): 워킹맘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드세요.

 

육아는 거들뿐: 이렇게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개.고.생.

 

울산 기러기: 어감부터 엄청 답답하고 힘들어 보이지 않아? 해결 안 날 것 같은 문제. 기분 탓이겠지.

 

정자동 빵순이: 기분탓은 무슨!

 

# 워킹맘의 일과

 

육아는 거들뿐: 일 안할 때는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독박 육아였지만, 복귀하면서는 많이 달라졌지.

 

정자동 빵순이: 독박육아래. 표현 마음에 든다! ㅋㅋ

 

육아는 거들뿐: 어린이집에 맡기는 걸로 시작해서,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아이를 픽업하고 씻기고 놀아주고 재우고 틈틈이 저녁도 먹고. 그러면서 남은 일 정리하고. 내가 하는 일이 야근이 많은 직업이라 남편하고 매일 스케줄 조정하는 것도 일이야. 이렇게 말하니까 엄청나네.

 

울산 기러기: 신종 기러기부부라고 아나. ‘가시고기 아빠, 기러기 엄마’. 그게 나야. 그래서 다른 사람들하고 경우가 좀 다를 거야. 평일에는 미혼이나 마찬가지고, 주말이 좀 바쁜데 왕복 10시간 걸려서 서울에 아기를 보러가. 아파도,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매주. 남자 직원들은 한 주 건너 뛰기도 하던데 여자 직원들은 예외없이 다 올라가더라.

 

N: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랄 나이인데.

 

울산 기러기: 아쉽고 서운하기도 하지. 한 주마다 보니까 전 주에는 뒤집지 못했었는데 다음 주에는 뒤집어. 그리고 그 다음 주에는 기는 거야. 커 가면서 보여주는 귀여운 모습이 있는데 그걸 못 보는 게 아쉬워.

 

정자동 빵순이: 그 때가 제일 예쁜 건데, 그 시기를 못 잊어서 또 애 낳는다잖아.

 

울산 기러기: 정말이야. 내가 주말 내내 빡세게 놀아주면 얘도 마음을 열고 날 찾아. 그런데 월요일에는 또 내려가야 하거든. 그럼 그게 서운해서 다음 주에 올라갔을 때 쳐다도 안 봐. 아빠하고 있으니까 아빠, 할머니, 이모를 더 좋아하고 나는 후순위야. 속상하지, 그러면.

 

N: 맞벌이를 하는 이유 뭔가요.

 

육아는 거들뿐: 말해 뭐해. 당연히 경제적인 이유지. 애한테 돈이 좀 들어가? 주거비, 육아비, 앞으로 지출해야 할 교육비, 그 외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생활비 등등. 생각하면 지금 수준으로는 살기 힘들잖아.

 

울산 기러기: 경제적인 부분도 있고, 남편한테 속박되고 싶지 않다는 이유도 크고.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기엔 너무 답답해. 능력이 있으면 퇴직하거나 이직하기 전까지는 그만두지 않을 거야.

 

정자동 빵순이: 난 돈 때문에. 아니면 집에서 아기하고 있고 싶다.

 

N: 임신했을 때 제일 걱정됐던 부분은.

 

육아는 거들뿐: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하나. 양가 부모님 모두 아기를 봐 줄 상황이 아니었거든. 대부분 중소기업은 3개월 출산휴가 쓰고 바로 복직해야 돼. 휴직을 얼마나 할 것인가 의논하기도 전에 아기 맡길 곳을 걱정하게 되더라. 다행히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허락해줘서 다행이었지.

 

정자동 빵순이: 정말 나도 그랬어. 육아휴직이 1년까지만 되니까 이제 돌 된 애를 어디다 맡겨야 하나 싶더라고. 다른 사람 손에 맡기는 것도 마음 아픈데, 요즘 흉흉한 얘기들이 많다보니 믿어도 되나 싶고. 그런데 뭐 어떻게 하겠어.

 

 

 

 

N: 그래서 아기는 누가 돌봐주고 있나요.

 

울산 기러기: 엄마한테 용돈 드리는 걸로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ㅠㅠ 그래도 엄마한테 맡기니까 불안하지 않아서 좋아. 서울 어린이집 알아봤는데 1살 지난 후에 신청하니까 대기번호가 500번이더라고. 요즘은 전업주부들도 신청을 해서, 진짜 맞벌이 부부를 위한 어린이집은 많지 않아. 전업주부인 게 보이는데도 직업이 있다고 하고 신청하는 거지.

 

정자동 빵순이: 울산에 데려가는 건 어때.

 

울산 기러기: 울산에 데려올 생각하면 답이 안 나와. 혼자서 일하면서 어떻게 키워, 지금도 이렇게 헥헥 대는데.

 

육아는 거들뿐: 난 어린이 집. 맡기면서 그냥 걱정만 하고 있어. 날 보면서 예쁘게 웃는 애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한다는 게 너무 미안하고. 무엇보다 제대로 돌봐줄지에 대한 걱정. 애가 옳지 않은 상황을 부딪힐까봐, 그리고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까봐 같은 것들. 생각하기 시작하면 계속 걱정이지.

 

정자동 빵순이: 맞아. 가슴이 찢어진다. 아기한테 너무 미안해. 애한테 최적화된 환경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맡기는 거잖아. 애는 애대로 낯선 환경에 적응 해야하고.

 

N: 일을 그만두라거나 그러진 않아요?

 

울산 기러기: 남편은 오히려 응원해주는 편? 시댁에서 일 그만둬야 하지 않겠냐고 그랬는데 ‘나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는 아내가 그만둘 수 없다’고 그랬거든. 그 이후에는 아무 말도 안 해.

 

 

 

 

# 출산휴가를 마치고

 

N: 복귀하면서 뭐가 제일 힘들었을까요.

 

육아는 거들뿐: 육아와 경력(업무)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 몸은 하난데 해야 할 일은 많고. 집에 가면 가족들 챙겨야 하고, 회사에서는 내 일 해야 하고. 그런 거 아닐까.

 

정자동 빵순이: 맞아 적응하는 거지. 사람들 분위기 보고 업무 파악하고.

 

울산 기러기: 내가 육아휴직도 안 쓰고 회사를 위해서 빨리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회사 사람들은 일손이 돌아왔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거. 그래도 아기 낳고서 몸이 돌아오지 않았는데도, 배려가 없더라.

 

N: 너무 다들 눈치를 보시는 거 아니에요?

 

정자동 빵순이: 눈치 너무 봐서 눈이 찢어지겠어. 하. 매일매일 눈치야. 예를 들어서, 아기가 아프거나 문제가 있을 때 부모 중 한 명이 빨리 퇴근을 해야 하잖아. 이게 거의 99% 엄마 몫이야. 아빠보다 엄마가 빨리 가. 그런데 애가 아픈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잖아. 조퇴를 하거나, 늦게 출근을 시켜주든가 그래야 하는데 눈치를 보게 만들어. 회의를 출근 시간 전에 잡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괜찮다고는 하면서 은근히 티를 내는 거지.

 

육아는 거들뿐: 정말 다행인 건 우리 회사는 그런 부분에 호의적이야. 차별이나 피해를 입진 않아. 다만 야근을 자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스스로 눈치를 보게 되는 경우는 있지.

 

울산 기러기: 우리 회사에는 이런 게 있어. 육아휴직을 쓰고 돌아오면 다른 부서로 갈 수도 있어. 복귀할 때 티오가 있는 부서로 가는 거지. 내가 가고 싶은 팀장이 날 안 받아 준다거나 하면 조금 문제가 생겨. 남들이 기피하는 부서에 배치가 되겠지. 현장 나가고 영업해야 하는 그런 쪽.

 

 

# 출산휴가=업무능력상실

 

N: 일하면서 이건 좀 아닌데 싶었던 부분 있나요.

 

울산 기러기: 다른 건 잘 모르겠는데 개인 평가할 때 말이야. 육아휴직을 쓰고 온 사람은 낮은 점수를 받아. 나도 그랬고. 어떤 여자 직원은 울면서 왜 내가 이 점수 밖에 안되냐고 항의하더라. 아기 낳고 온 게 죄는 아닌데 말이야. 또 어떻게 생각하면, 계속 일하던 입장에서는 억울할 거야. 나는 계속 일하고 내가 볼 때 쟤는 놀다 왔는데 같은 성적이면 짜증나지. 그래서 평가자들이 업무를 덜한 네가 밑으로 내려가 달라 그런 거고.

 

정자동 빵순이: 남자 직원들이 여자 직원들이 일찍 퇴근한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자기 업무가 많아지는 느낌이니까 그러는 거 같은데 전혀 아니거든. 위에서 지시하는 업무, 내가 맡은 업무는 정해져 있고, 기를 써서 그걸 시간 내에 끝내는 거야. 그래야 애한테 갈 수 있으니까. 웃긴 게, 똑같이 일을 해도 늦게 가는 사람이 더 열심히 하는 것 같고 그렇다는 거.

 

N: 회사 생활, 일만 잘해서 될 게 아니다 싶을 때는.

 

육아는 거들뿐: 회식할 때나 외부 업체하고 미팅할 때, 넉살 좋게 사람 대하고 그러는 거 보면 대단해보이지. 남자들이 주로 그렇지만 가끔 여자들도 있고, 영업력? 대인관계? 그런 게 대단한 사람들이 있어.

 

정자동 빵순이: 우린 회식이 별로 없긴 해. 그래서 이런 자리 빠지면 눈에 더 띄지. 윗사람들이 안 그런 척 하면서 되게 따지거든. 타당한 이유가 있어도 뭐라고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ㅠㅠ

 

 

 

 

N: 일과 육아 동시에 병행할 때 힘든 점.

 

육아는 거들뿐: 내가 하는 일이 일정에 쫓기다 보니까, 야간 근무, 주말 근무가 필수야. 그런데 남편도 같은 직종이다 보니 애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드는 게 힘들어.

 

울산 기러기: 우선 너무 피곤해. 몸이 피곤하니까 서로 관심이 없어지는 거 같아. 여자로서, 남자로서라는 생각이 사라졌어. 그냥 가족처럼 사는 거지. 이런 말 해도 되나 모르겠지만. 아닌 건 아니니까ㅋㅋ

 

정자동 빵순이: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ㅋㅋ 맞는 말이야. 육아만 해도 힘들단 말이야. 거기에다가 업무까지 할라니 스트레스가 두 배가 되는 거지. 둘 다 잘해야 하니까. 근데 억울한 건 잘해야 평균이더라. ㅠㅠ 난 그나마 시부모 스트레스는 없는 게 어딘가 싶어.

 

육아는 거들뿐: 진짜 복 받은 거야!

 

N: 육아만큼 힘든 게 집안일인데.

 

육아는 거들뿐: 우리는 집에 먼저 들어 온 사람이 가장 급한 집안일을 처리하는 걸 원칙으로 해. 식사, 빨래, 청소 등등.

 

정자동 빵순이: 우리도 그러는데 어쩌다 보면 누구 한 명이 다 하게 돼. 특히 주말이나 이럴 땐. 남자들은 눈 앞에 있는 집안일이 안 보인대. 자연스럽게 한 쪽한테 몰리게 되고 그것 때문에 엄청 싸우고. 그리고선 많이 도와준다고 생각하고 말이야. 이제는 그냥 내가 '해라'라고 말해. 그게 편해.

 

울산 기러기: 나는 신랑이 많이 해줘. (일동: 부러워하는 눈빛) 남편이 자기가 아침밥도 해주고 애기 분유 설거지도 다 해주고. 서운한 점도 있지만 가정적인 좋은 남편이긴 하지.

 

 

 

# 스트레스야, 좀 가줄래

 

N: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요.

 

육아는 거들뿐: 맛집 투어 아니면 여행. 그렇다고 해도 자주 갈 수 있는 건 아니야. 하면 좋다는 거지.

 

정자동 빵순이: 난 빵 먹으면서....

 

울산 기러기: 사진보고 동영상 보면서 침대에 누워있어.

 

N: 나를 ‘빡치게’ 하는 것 또 뭐가 있나요.

 

육아는 거들뿐: 남편의 의도치 않은 무심함 그리고 시어머니?ㅋㅋㅋ

 

울산 기러기: 크~ 모든 며느리들의 공감대지. 나 요즘에 있어. 또라이 같은 상사. 아, 어떡하지 정말? 맞출 수가 없어. 원래 안 그런데 휴가 낼 때 막 꼬치꼬치 캐묻고 그런단 말이야. 일하는 기준도 이렇게 했다 저렇게 했다 막 바뀌고. 맞춰주는 거 너무 힘들어. 밤에 할 일이 없어서 아랫사람들 술자리로 막 부르고. 계획에 없던 회식 이런 거 진짜 짜증나.

 

정자동 빵순이: 남자 직원이 와이프 욕하는 것도 빡쳐. 내 욕 하는 거 같아서 흥분한다니까ㅋㅋ. 얘기를 들어 보면 자기가 잘못한 건데 욕해.

 

 

N: 무슨 일인데요?

 

정자동 빵순이: 집안일 안 한다고 뭐라고 했대. 그 사람들 부인도 다 워킹맘들이거든. 여자 입장에서는 반반 해주길 바라는데 절대 될 수가 없지. 남자는 회사 다녀와서 힘든데 짜증을 내니까 화가 나고. 서로 생각이 너무 달라.

 

# 패널 소개

 

 

사진 = tvN 제공, JTBC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밀회' 방송화면 캡처, 셔터스톡(* 사진은 위 기사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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