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LINE// 언제부터인가 SNS 뉴스창의 절반 가까이는 동물소식이다. 귀엽거나 불쌍한 동물이 등장하면 꼭 클릭해보게 된다. 학대당한 후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려진 아이, 세탁기에 넣어진 채 학대당했던 아이…그 많은 소식의 주인공들, 어디로 가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케어(CARE)'의 사무국, 입양센터, 보호소를 3일 동안 누비며 유기동물들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봤다.
※ 케어는 동물사랑실천협회라는 이름으로 2002년 설립돼 10년 이상 활동해온 동물보호 시민운동단체다. 실질적인 구호활동, 다양한 동물종에 대한 권익대변이 주목적이며 동물보호법 개정, 캠페인,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먼저 케어 사무국에서 동물보호에 대한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창덕궁 뒤편 아담한 빌라. 계단을 차곡차곡 밟으니 자그만 사무실이 하나 나온다. 사람보다 먼저 기자를 맞은 건 강아지 ‘사랑이’, 고양이 ‘구영탄’이다. 이어 학대고발제보, 상담, 구조담당 손선원 간사가 나와 인사를 청한다. 앳된 외모의 젊은 여성이다.
“공간이 좁아 어쩌죠.”
정말 앉을 자리가 없어 간이의자를 가져다놓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느 구호단체처럼 넉넉치 못할 사정이 빤히 그려진다.
먼저 동물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다. 손 간사에 의하면 일주일에 5건, 많게는 20건의 제보가 들어온다. 주로 전화, 메일, 홈페이지를 통해 제보하는데 캣맘과 주민들의 트러블, 강아지나 고양이 학대, 길 잃은 동물들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고.
그는 “모든 동물을 구조할 수 없어 정말 가슴 아프다”며 “구조 1순위는 학대 받는 동물들이고 2위는 다친 동물들”이라고 설명했다. 구조방식은 동물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위기에 처한 대다수 동물은 사람을 경계하기 마련이어서 일주일에서 한 달은 먹이를 주며 가까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말 힘든 건 구조뿐 아니라 동물의 치료부터 보호까지 모든 것을 도맡아야 한다는 점이죠.”
케어는 입양센터 두 곳과 보호소 세 곳을 직접 운영 중이다. 입양센터에 66여마리, 보호소에는 240여마리가 있다. 한 달에 필요한 사료만 4톤 정도. 여기에 치료비, 인건비 등을 더하면 어마어마한 지출이 이뤄지는 셈. 정부지원이 없어 4,000여명 정기기부자들의 회비로만 운영된다. 다행히 다친 동물을 무상치료해주는 병원이 몇 곳 있고 사료를 공급해주는 고마운 회사도 있긴 하다.
대화를 나누던 중 긴 생머리의 또렷한 인상을 가진 여성이 밝게 웃으며 들어온다. 박소연 대표다. 박 대표는 단순히 동물이 좋다는 이유로 20대 시절 구호활동에 뛰어든 후 10년 넘게 이곳 케어에 몸담아왔다.
박 대표는 어느 한 공원에서 도축장에 몰래 팔아넘긴 사슴, 흑염소를 막바지 구조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내부고발자에게서 제보를 받아 현장에 잠복, 차량 세 대로 추격해 도축장에 넘겨지는 자리를 발각했어요.”
해당 공원이 모르쇠로 일관하자 박 대표와 케어 식구들은 항의시위, 단식투쟁까지도 강행했다. 결국 전원 구조됐지만 한 마리는 도축장 도착과 당시에 도살당했단다.
그는 “놀라운 사실은 5년 이상 이 공원이 같은 일을 저질러왔다는 점”이라며 “농장동물, 실험동물, 전시동물, 모피동물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학대당하고 있는지 알려져야한다”고 토로했다.
가장 힘든 점은 부족한 재정이 아니라 동물보호 관련법이 없고, 사람들의 인식 또한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박 대표는 “인간만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생각하고 동물의 멸종을 방치한다면 결국 폐해를 고스란히 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물학대와 관련된 인간의 가학성, 폭력성은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는 얘기도 이어졌다.
케어에서는 특히 ‘애니멀호더’, ‘순혈종 위주의 예쁜 동물’이 언론에 긍정적으로 비춰지는 현상을 염려한다. 그저 불쌍한 마음에, 예뻐보여 모은 동물이 방치, 유기의 주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2편과 3편에서는 직접 입양센터와 보호소를 찾아 위의 결과로 버려진 수많은 유기동물들을 만나보기로 한다. 모두 인간의 지나친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다.
사진=최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