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LINE// 요즘 케어(CARE)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보호소 부지 때문이다. 자체 소유부지가 없어 포천, 김포 등에 임시부지를 빌렸지만 이중 김포 보호소가 악성 민원에 의해, 그린벨트 내 있다는 이유로 철거명령을 받았다. 민가와 떨어져있으면서도 동물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다행히도 국토부는 지자체와의 협의를 거쳐 그린벨트 내에 동물보호소를 건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긍정 검토 중이란다.
어느 추운 날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유기견 보호소를 찾았다. 패딩과 털목도리로 몸을 꽁꽁 싸매도 몸이 바들바들 떨리는 날씨,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을 유기견들이 벌써 걱정됐다.
대문을 들어서자 우렁찬 목소리로 기자를 반기는 대형견들. 이내 순박한 인상의 여자 간사가 나와 “우리 아이들 좀 예쁘게 소개해주세요” 한다. 여기서 숙식을 해결하는 모양이었다. 도톰해보이지도 않는 외투를 입고 칼바람을 견디기 괜찮은지 물었더니 “이제는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보호소에는 주로 식용으로 길러졌던 대형견들과 홀로 위험한 현장을 돌아다니던 대형견들이 구조돼 살고 있었다. 덩치는 거대하지만 사실상 사랑에 굶주린 여린 아이들일 뿐이다. 아침마다 간사가 자신들을 버리고 가진 않았는지 확인하고 기르던 주인과 비슷한 사람을 보면 반갑게 뛰며 꼬리를 흔들기도 한다.
“아이들이 영리해서 말귀를 그렇게 잘 알아들어요. ‘오늘은 손님이 오실 거야’ 하면 눈을 반짝이며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보이고 ‘얌전히 있어’ 부탁하면 정말 조용해지죠. 기특하고 고마워요.”
진도도사 믹스인 ‘종이’, ‘경이’는 어미와 함께 식용견으로 길러지던 중 한 아주머니에 의해 구조됐다. 똑똑하고 말귀도 잘 알아들어 간사들의 예쁨을 듬뿍 받는 중이다.
한쪽 귀퉁이에서 사람을 경계하고 있던 ‘몽이’. 심하게 학대를 당하던 중 주민에게 구조돼 잠시 산속 조선족 아저씨에게 맡겨졌다고. 그런데 그 아저씨마저 몽이를 학대해 이제 마르고 왜소한 체형의 남성만 보면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심하게 흥분한다. 예쁘지, 착하지 달래며 곁에 다가가봐도 낯선 사람을 본 몽이는 컹컹 짖으며 두려움을 알려왔다.
한창 보호소를 돌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손에는 강아지들에게 간식으로 줄 건빵봉지가 들려있다. 경기도 광주에 살던 알코올중독 애니멀호더에게서 강아지 다섯여 마리를 구출해낸 이지현 씨다. 한 달에 세 번씩은 강아지들을 보러 이곳에 들른단다. 구조 당시 상황을 묻자 갑자기 이 씨의 두 눈에 눈물이 가득 찬다.
“하얀 강아지가 며칠째 도로 길가 컨테이너 밖으로 나와 서성이는 거예요. 무슨 일이지 하고 안을 들여다봤더니 한 평짜리 공간에 무려 강아지 8마리가 뒤섞여있더라고요. 대소변이 범벅인 것은 물론 한 번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자란 것 같았어요.”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구조를 돕지 않았다. 결국 어찌어찌 연결된 구조대와 함께 강아지를 데리고 이동하는데 아이들이 라면을 토하더란다. 매일 아저씨가 먹다 남긴 음식들로 끼니를 연명해온 것이다. 이 씨는 동물이라고 해서 생명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도통 이해 가지 않는다며 눈물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외곽 보호소에 있는 유기견들이야말로 입양 확률이 거의 없다. 거리상 타인의 방문이 쉽지 않을뿐더러 대형견을 입양해갈 수 있는 환경을 가진 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유기견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커주는 것을 바랄 수밖에. 이를 위해 간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새벽에 일어나 따뜻한 국을 끓이고 호박고구마범벅을 만들어 먹이는 일 뿐이다.
“집을 따뜻한 소재로 갈아줘야하는데 아직 그러지 못해 걱정이에요. 아침에 건강하게 나와 돌아주기만 해도 그렇게 찡하고 고맙네요. 부디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오래 함께해줬으면 좋겠어요.”
긴 겨울이 끝나면 보호소에도 따뜻한 봄이 찾아올까. 이곳 보호소에서, 유기견들은 매일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