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LINE// ‘남자 키 크는 시기’ ‘남자 키 높이 운동화’ ‘남자 키 175cm’ ‘남자 키 높이 구두’. 바로 모 포털사이트의 키와 연관된 검색어다. 이렇듯,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자의 키에 대해 관심이 많다. 사실 상 ‘남자 키’가 아니라 ‘키 큰 남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아직도 외모지상주의가 깊게 뿌리박힌 우리나라에서 키 작은 남자로 살아가는 것은 어떤 걸까. 키가 170cm 이하인 남자 네 명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황금안경 : 35세, 조경설계사, 키 169cm
논현동 날라차기: 34세, 연예인 매니저, 키 170cm
몽실이: 30세, 회사원, 키 170cm
롱: 30세, 수영강사, 키 164cm
# 타인의 시선이 더 불편해
뉴스에이드: 우리나라는 남자의 키가 중시되는 경향이 있어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황금안경: 씁쓸하지만 당연한 것 같아요. 살면서 키 작은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못 본 것 같아요. 남성에게 보호 받길 원하는 여성의 경우, 키를 어느 정도 보는 게 당연하죠. ‘뭐든지 보통’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남자) 키를 보지 않겠어요?
논현동 날라차기: 지금은 크게 신경 안 쓰긴 하는데, 어렸을 때는 키 때문에 많이 스트레스를 받았죠. 한국에 살고 있는 이상 어쩔 수 없이 짊어지고 갈 짐이죠 뭐.
몽실이: 맞아요. 유독 우리나라만 키 작은 남자들에 대해서 관대하지 않은 것 같아요.
롱: 그리고, 막상 키 작은 남자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기도 해요. 정작 본인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사회 시선이 어이없는 거죠. 키 작아도, 매력이 얼마나 넘친다고요.
뉴스에이드: 그렇다면, 사람들의 시선 외에 실생활에서 가장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요?
황금안경: 솔직히 말하면, 높은 데 있는 물건을 꺼낼 때나 내 방 전구를 갈 때, 늘 옷을 수리해서 입어야 하는 게 제일 불편해요. 아, 그리고 제가 공연을 좋아하는데 스탠딩 공연 같은 경우 앞사람 키가 크면..이루 말할 수 없이 짜증나죠.
논현동 날라차기: 키가 작으면, 반바지가 아닌 이상 모든 옷을 다 수선해야 되는 게 가장 불편하죠.
몽실이: 맞아요. 특히 정장! 정말 다 수선해야 돼요. 허리 사이즈에 맞게 바지를 사잖아요? 바지가 질질 끌립니다. 옷을 사는 것보다, 수선비가 더 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롱: 저도 마찬가지에요. 옷 수선은 필수고, 높은 데 있는 물건 꺼낼 때도 녹록치 않죠. 의자를 갖다 놔야 해결되는 굴욕 아닌 굴욕이에요.
# 작다고 깔보지 말아줘요
뉴스에이드: 키 때문에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접근 못 한 적은 없나요?
황금안경: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주변에 키 큰 여자를 보면, ‘적어도 내 키보다는 커야지’라는 기준을 지닌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그런 것 때문에 접근이 쉽지는 않죠. 물론 상대방이 저한테 호감이 있냐, 없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제가 마음에 드는 눈치라면 대시를 할 것 같아요. 전적으로 여자가 판단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몽실이: 저 같은 경우는 마음에 드는 이성이 키가 크면 당연히 접근을 망설이는 것 같아요. 특히 한창 킬힐이 유행이었을 때를 생각하면 진짜 아찔해요. 웬만한 여자는 다 저보다 컸거든요. 키 150cm 후반이 킬힐을 신으면, 저랑 키가 똑같더라고요. 요즘에는 그나마 낫죠. 여자들도 단화를 많이 신는 추세고. 그 때는 예쁜 여자가 지나가도 키부터 맞춰봤던 것 같아요.
롱: 저도 마찬가지에요. 너무 높은 곳(?)에 있는 여자는 아무래도 접근이 어렵긴 합니다. 특히 소개팅을 할 때 여자 쪽에서 저에 대해 가장 먼저 궁금해 하는 건 얼굴이랑 키잖아요. 일단 키가 작으면 서류전형에서 탈락되는 거니까, 이성을 만나는 선택권이 줄어들죠.
논현동 날라차기: 전 좀 다른 것 같아요. 저보다 키가 크다는 이유로 이성에게 접근 못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다른 매력으로 작은 키를 보완하려고 했죠.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최대한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해요. 오히려 저는 키 큰 여자를 옆에 두는 걸 좋아해요. 괜히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고요.
뉴스에이드: 키가 작은 남자에 대한 여자들의 시선은 어떤 것 같아요?
황금안경: 키 작은 남자를 썩 좋아하는 것 같진 않아요. 주변에서도 키가 작아서 여자들에게 거절을 당하는 친구들도 봤고요. 물론 저는 다행히도 아직은 경험해 보지 못했습니다.
롱, 몽실이: 맞아요. 일단 남자가 작으면, 깔보는 것 같아요. 그런 느낌을 받을 때마다 ‘아 내 키가 10cm만 더 컸어도’라는 생각을 하죠.
논현동 날라차기: (키가 작다고) 깔보는 건 사실 여자보다 남자들이 더 그런 것 같아요. 왠지 상대보다 자신이 더 키가 크면 이길 것 같은 그런 자신감이 생기거든요. 이러나저러나, 키가 작으면 일단 사람들이 깔보는 것 같긴 합니다. 그래서 더 만만해 보이지 않으려 하곤 해요.
뉴스에이드: 어쨌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리 우호적이진 않다는 말이네요. 그럼, 작은 키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것까지 해봤나요?
황금안경: ***깔창도 신어보곤 했죠. 다리 길이가 조금이라도 길어 보였으면 했거든요. 그런데, 싼 걸 껴서 그런지 발이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중요한 약속이나 미팅이 있을 때만 꼈어요. 양심적으로 한 2~3cm 되는 깔창을 신었죠.
롱: 예전에는 일부러 하이탑 운동화를 자주 샀어요. 이제는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지만요. 그것보다, 아직도 어머니보다 키가 작다는 것 자체가 너무 슬픕니다. 어머니 키가 168cm거든요. 엄마가 봤을 때는 아직도 전 ‘아기’같은 거죠.
몽실이: 저도 롱과 마찬가지에요. 아직도 아빠보다 제가 작아요. 겉모습도 듬직한 아들이 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는 게 슬프죠. 그렇다고 해서 깔창은 안 신었어요. 아직도 저랑 키가 비슷한 친구들은 깔창 없으면 거리를 못 다니긴 하더라고요. 물론 저도 키 때문에 스트레스는 엄청 받았지만요. 중학교 다닐 땐 애들이 안 마시는 우유를 다 챙겨서 집에 가져가기도 했어요.
논현동 날라차기: 키가 작아서 깔창을 신거나 그런 적은 없는데, 친척들을 만날 때는 불편할 때도 있어요. 특히 할머니! 할머니는 저만 보면 아직도 밥 좀 먹고 다니라고 말씀하세요. 친척들도 마찬가지고요.
뉴스에이드: ‘내 여자’의 키, 몇 cm면 좋을까요?
황금안경: 굳이 생각은 안 해봤는데 175cm까지는 괜찮을 것 같아요. 배구 선수가 아닌 이상 서로 좋아하는데 키가 그렇게 중요하진 않을 것 같아요.
롱: 175cm가 가능해요? 저는 절대! 네버! 그렇게 큰 여자랑 만나지 못할 것 같아요. 저보다 큰 여자는 싫어요. 무조건 164cm까지 가능합니다. 저보다 큰 여자랑 어떻게 만나요.
몽실이: 저도 큰 여자는 싫어요! 157~160cm 사이가 딱 좋은 것 같은데요. 그것보다 크면 제가 더 왜소해 보여요..
논현동 날라차기: 인생 선배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여자 키는 160~163cm가 가장 적당합니다! 누구 옆에 서도 적당한 키인 것 같아요. 물론 모델 같이 키 큰 여자들도 외향적인 매력은 있지만, 전 적당한 키에 적당한 볼륨감이 있는 여자가 좋아요.
뉴스에이드: 짖궂은 질문 하나 할게요. 답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만약 성적인 능력이 상당히 더 생긴다면, 그 중 몇 %를 키와 바꿀 수 있겠어요?
황금안경: 몇 %를 주겠다! 이렇게 말하긴 힘들고, 아마 키에 25% 이상 줄 것 같습니다. 아직 성적인 기능은 문제 없으니까요. 그런데, 키가 큰 건 아무래도 남자로서 사는 데 더 유리할 거 같거든요.
롱: 그런 능력이 생긴다면, 참 좋겠네요. 그럼 저도 당연히 25% 이상을 키와 바꿀 것 같아요. 10cm 이상은 더 크고 싶어요.
몽실이: 저는 10% 정도만 키랑 바꿀래요.(웃음) 더도 덜도 말고 딱 3cm만 더 컸으면 좋겠네요.
논현동 날라차기: 아, 저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 남들보다 작은 게 뭐 어때서
뉴스에이드: 키 작은 남자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황금안경: 마음의 위안이 됩니다. 저보다 키 작은 남자를 만나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제 주변엔 특히 작은 친구들이 많아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또 잘 나가는 연예인도 생각보다 키가 작으면 묘하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몽실이: 저도 오히려 동병상련 같은 기분이 들고 좋던데요. 저보다 작은 사람 보면 ‘땡큐’죠. 그래도 ‘나는 저만큼 작진 않아’라는 생각도 들고요.
롱: 전 오히려 그 반대에요! 키 작은 남자들을 보면, 가까이 있고 싶지 않아요. 안 그래도 작은데, 작은 남자들끼리 붙어 있으면 다 고만고만해 보이잖아요. 오히려 키 큰 친구들과 있을 때가 나아요. 그럴 때 제가 돋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논현동 날라차기: 제 고향이 전라도인데, 거기서는 제 키가 평균이었어요. 다들 고만고만합니다. 친구들이 다 170cm에요. 그런데, 서울 오니까 사람들이 다 크더라고요. 이런 경우도 있었어요. 친한 매니저 형이 키가 엄청 큽니다. 185cm 이상이었던 것 같아요. 한 번은 형 차를 대신 주차하는데 시트를 바짝 당기는 저를 발견했지 뭐에요.
뉴스에이드: 키가 작아서 겪은 인생 최악의 경험, 혹은 최악의 말이 있나요?
몽실이: 키 작은 남자라면, 저랑 비슷한 경험을 했을 수도 있어요. 소개팅을 했는데, 상대방의 키가 174cm였죠. 되게 커 보이더라고요. 저도 상대방이 그렇게 큰 줄 모르고 나갔던 거고, 그 분도 제가 작다는 걸 몰랐겠죠. 굉장히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차만 마시고 헤어졌어요. 딱 1시간 정도 있었던 것 같네요.
롱: 사실 저는 어려서부터 키가 작을 수밖에 없었어요. 어렸을 때 다이빙을 배웠거든요. 다이빙 선수는 몸무게가 적게 나가고 키가 작아야 유리해요. 체조선수가 살이 안 찌는 이유와 같다고 생각하면 되죠. 문제는 다 자라고 난 뒤였어요. 원래 경호원을 하고 싶었는데, 못하게 됐죠. 신체조건이 무조건 키 180cm정도는 돼야 할 수 있는 직업이잖아요. 그게 너무 씁쓸했어요.
논현동 날라차기: 최악의 경험이라고 할 것까진 아니지만, 술 취하면 행인들과 시비가 붙을 때가 있잖아요? 그 때 들었던 말이 ‘X만한 새끼’인데 진짜 기분 나쁩니다. 서러워서 원.
황금안경: 저는 키가 큰 여자가 저한테 어깨동무를 할 때 썩 기분이 안 좋아요. 너무 굴욕적인 경험이죠. 약자가 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고 해야 될까요? 남자들은 대부분 그런 데 자존심을 세울 것 같은데요.
뉴스에이드: 그렇다면, 키 큰 사람이 가장 부러울 때는 언제인가요?
황금안경: 모든 옷이 잘 어울린다는 게 제일 부럽죠. 제가 트렌치코트를 좋아하는데, 안 어울려서 못 입어요. 키 큰 사람들이 입으면 멋있는데 말이죠. 안 어울릴 걸 아니까 안 사는 거예요. 그냥 제 키에 어울리는 옷을 사게 되죠.
몽실이: 오토바이나 픽시 자전거를 잘 타고 다닐 때 부럽더라고요. 제가 타면 다리가 짧아서 잘 안 굴러가요. 슬픕니다.
논현동 날라차기: 가로수길이나 강남 거리를 거닐다보면, 진짜 모델같은 커플들이 많잖아요? 그런 남녀가 걸어가는 걸 보면 솔직히 부럽더라고요. 뭔가 할리우드 포스? 이런 분위기가 풍기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그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게 보여서 얄밉기까지 해요.
뉴스에이드: 키 큰 사람이 부럽긴 하다는 말이네요.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현재 키에 만족할 것 같나요?
황금안경, 몽실이, 롱, 논현동 날라차기: 아니요!!! 절대!
사진=양지원 기자,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