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LINE// 공들인 화장, 그 남자도 예쁘게 봐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 아니겠나. 화장을 할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곤 했다. ‘남자들이 선호하는 립 메이크업은 무엇일까?’, ‘내가 발라 봐도 맛없는 틴트, 그 남자도 싫어하겠지?’, ‘키스를 부르는 립이 있기는 한 걸까?’ 등. 이러한 질문들에 답을 찾기 위해 ‘발칙한 실험’을 실시했다.
남자들만 그득하다는 선정릉역 한 카페, 그곳에는 ‘남자들이 진짜 키스하고 싶은 립’을 정의해줄 직장인 남자 5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 어서 당신들이 원하는 입술을 얘기해 보세요!”
실험단은 다채로운 연애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태까지 먹은 립스틱과 틴트가 몇 통은 될 것이라 호언장담한 남자들로 구성됐다. 괄호 안은 지금까지 사귄 여성들의 수.
- 마성의 공대남 : 28살, 4년째 연애 중 (2명)
- 요섹남 : 37살, 솔로 (5명)
- 기승전 수지 : 27살, 14개월째 연애 중 (7명)
- 선정릉 떡실신 : 31살, 솔로 (3명)
- 나는 쏠초의 것 : 29살, 4개월째 연애 중 (15명)
# 틴트, 립스틱 무슨 차이가 있는 거죠?
촉촉한 틴트, 화려한 립스틱, 글래머러스한 립글로스, 이외에도 틴트스틱, 립라커, 립크레용 등 숱한 립 제품이 존재한다는 것을 남자들은 알까. 연인에게 립 제품을 선물한 경험을 물었다.
-요섹남 : 종류도 어마어마하더라고요. 화장품이야 너무 개인 호불호가 크니까 선물하기가 선뜻 망설여지죠. 그런데 무엇이든 자신의 피부색에 맞춰서 입술만 동동 떠다니지 않게 바르는 게 관건 아닐까요?
-기승전 수지 : 여자 친구가 컬러나 브랜드를 가리는 편은 아닌 것 같지만, 늘 입술에서 달달한 향이 나긴 해요.
-마성의 공대남 : 평소에 페이스북이나 잡지에서 광고하는 신제품을 캡처해놨다가 선물해줘요. 신상이라 그런지 대부분 좋아하던데요.
-나는 쏠초의 것 : 여자 친구가 끈적이고 향이 강한 립글로스를 바른 적이 있었는데, 첫 키스는 뭣 모르고 했지만, 두 번째는 어후...
립 제품의 색깔뿐만 아니라 맛과 향 역시 남자들에게 의외로 영향을 끼치는 듯하다. 그래서, 지난 3월 초 홍대 여대생 5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 결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틴트 5개를 선별, 남자들에게 내밀어 봤다.
<실험 방식>
- 브랜드 케이스가 노출되지 않도록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
- 틴트 하나씩 손가락에 발라 색, 맛, 향, 촉감을 평가.
- 제품 : 총 5개.
1) ‘입생로랑’ no.105 코레일 홀드 업
2) ‘아리따움’ 컬러 래스팅 틴트 no.8 샤이 오렌지
3) ‘이니스프리’ 비비드 틴트 루즈 10. 빛바랜 장미 한송이
4) ‘토니모리’ 아톰 립톤 겟잇 틴트 07 오마이로즈
5) ‘로레알’ 블로썸 카레스 쿠션 틴트 B06 로즈 블로썸.
- 단, 실험 남 5명에 한해 진행된 것이므로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음.
# 틴트 먹부림 “드셔보세요”
다음, 본격적으로 틴트의 맛과 향을 비교했다. 처음엔 별 차이가 있겠느냐며 의아해 하던 실험 남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기억 깊숙이 박혀있던 추억을 끄집어내는가 하면, 맛만 보고 당시의 장면을 생생히(?) 떠올리기도 했고, 강렬한 화장품 향기에 취하기도 했다.
1. ‘입생로랑’ no.105 코레일 홀드 업
-선정릉 떡실신 : 어렸을 적 엄마한테서 풍겼던 냄새. 보기엔 예쁜데 가까이 대보면 인위적인 화장품 향이 강하다.
-기승전 수지 : 색감은 좋은데 번쩍번쩍 과한 펄은 그닥.
-요섹남 : 끈적인다. 입술 닿자마자 어김없이 딱풀 각.
-나는 쏠초의 것 : 맛이... 오ㅑㅗ제ᅟᅢᆲ쟈ㅗ엽ㅈ맂받지ᅟᅣᆾㅈㅂ겹ㅈ
2. ‘아리따움’ 컬러 래스팅 틴트 no.8 샤이 오렌지
-나는 쏠초의 것 : 딱 봄 컬러, 향도 맛도 달콤하다.
-선정릉 떡실신 : 화사하다. 1번보다 끈적이지 않고 촉촉한 듯.
-요섹남 : 달짝지근 불량 식품 맛이 나는 것 같기도...
3. ‘이니스프리’ 비비드 틴트 루즈 10. 빛바랜 장미 한송이
-요섹남 : 촉촉하지만 바른 듯 안 바른 듯, 발색이 너무 자연스럽다.
-마성의 공대남 : 왜 자꾸 빨간 물약 맛이...
-기승전 수지 : 향, 맛, 색 모두 나쁘지 않다. 조금 평범.
4. ‘토니모리’ 아톰 립톤 겟잇 틴트 07 오마이로즈
-선정릉 떡실신 : 생기 있어 보인다. 살짝 윤기 있고 촉감이 부드럽다.
-기승전 수지 : 무향, 색도 ‘쨍’해서 눈이 먼저 간다. 바를수록 색이 더 섹시해지는 듯.
-요섹남 : 적당히 반짝거려 거부감이 없다.
5. ‘로레알’ 블로썸 카레스 쿠션 틴트 B06 로즈 블로썸
-나는 쏠초의 것 : 생쥐 잡아먹은 느낌.
-마성의 공대남 : 만지는 족족 번져나간다. 바르면 반은 먹을 듯. 금방 지워질 것 같다.
-선정릉 떡실신 : 달달한 딸기 향이 난다. 보송보송한 가루 같은 촉감이 특이하다.
# 립 메이크업, 이것만은 제발!
메이크업의 완성은 얼굴이라며 모델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손가락 실험에 그쳤던 탓일까. 실험 내내 다섯 남자들의 태도는 뜻뜨 미지근. 하지만 실험 남 모두 틴트에 대한 취향은 분명했고, 립 메이크업에 대한 선호도 역시 뚜렷했다.
-나는 쏠초의 것 : 쥐 잡아 먹은 듯이 시뻘건 입술은 딱 질색. 선명한 발색은 좋지만 자연스럽게 발랐으면 좋겠어요.
-선정릉 떡실신 : 진하게 바르면 지워질 때마다 수시로 고쳐야 하잖아요. 남들 앞에서 내 여자 친구가 수시로 화장을 고치는 건 싫더라고요.
-기승전 수지 : 안 바르면 왠지 아파 보여요.
설문 결과, 립 경계가 드러나지 않도록 안쪽부터 물들이는 ‘그라데이션’, 전체 발색 ‘풀 스머지’, 두 가지 이상의 컬러와 질감을 함께 연출하는 ‘믹스매치 그라데이션’ 중, 다섯 명 모두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 발색을 선호했다.
# 틴트 선호도 총평
1. 색 : 토니모리 > 아리따움 > 입생로랑 > 이니스프리 > 로레알
2. 향 : 아리따움 > 토니모리 > 이니스프리 > 로레알 > 입생로랑
3. 맛 : 토니모리 > 이니스프리 > 아리따움 > 로레알 > 입생로랑
4. 촉감 : 토니모리 > 아리따움 > 이니스프리 > 입생로랑 > 로레알
5. 베스트 : 토니모리
선명한 붉은 빛과 끈적이지 않아 거부감 없는 촉감, 인위적이지 않은 은은한 향 등을 이유로 5명 중 3명이 선택.
-뉴스에이드 : 자, 촉촉한 제형과 과하지 않은 윤기, 인위적이지 않은 달콤한 향을 풍기며 선명한 레드 빛으로 그라데이션을 연출한 입술이라면, 키스하고 싶으신가요?
-실험남 일동 : 틴트의 색, 맛, 향은 첫 키스에 전혀 중요하지 않죠. 하지만 두 번째 키스를 위해서라면 하나쯤 내 입맛으로 선물해 볼 생각도.
글.사진 = 이소희 기자
그래픽 = 안경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