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LINE//식욕 못지 않게 호기심이 폭발하는 기자 한 마리가 한번쯤 해보고 싶은 쓸데없는 일을 대신 해드립니다. 에이드실험실 po오픈wer.
# 뫼비우스의 띠
미용실은 결정장애를 유발하는 곳이다. 앞머리를 자를 것이냐, 말것이냐. 펌을 할 것이냐, 말것이냐. 염색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더 나이들기 전에 아이돌스러운 투톤 염색을 해볼까 싶기도 하다가...
뭐...이런 극단적인 머리?
내 기준 가장 망설이게 되는 것은 탈색. 한 번 빗자루가 된 머리는 복구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보니 탈색은 뭔가 머리카락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 든다. 얼마나 방치하고 괴롭혀야(?) 아이돌스러운 새하얀 금발이 완성되는 걸까. 차마 내 머리에 해보기는 무서운 이들을 위해 살짝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에이드실험실 너무나 오랜만에 오픈. 제목은 낚시기사 느낌으로 가련다.
(*주의. 본 기사에는 다량의 머리카락 사진이 포함되어 있다. 혐오주의!)
# 실험군 A, 실험군 B
실험의 주재료, 머리카락이다. 두 가지 종류(?)를 준비했다. 하나는 펌, 염색 그 무엇하나 손대지 않은 건강한 모발과(뉴스에이드 강 모 기자 제공) 원래 가는데다 다년간의 염색으로 상태가 썩 좋지 않은 손상모(본인 머리카락)다. 일주일 간 머리 말릴 때마다 빠지는 머리카락을 열심히 주워담았다. (편집장님이 하수구에서 건진 것 아니냐고 굉장히 비난하셨는데, 그건 절대 아니다.)
굵기 차이도 꽤 나고, 색 차이도 상당하다. 한 가닥으로는 색을 제대로 볼 수 없으니 결대로 모아보겠다.
...이렇게. 가내수공업으로 완성된 머리카락 샘플. 으, 징그러워. 맨머리에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는데, 우리도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인지라 하루 종일 탈색약을 바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사용할 제품은 이것. 회사 앞 올리브영에서 2900원에 구입했는데 놀랍게도 2900원 짜리 탈색약을 샀더니 그것보다 더 큰(?) 염색약을 사은품으로 줬다. 피부에 묻은 염색약을 닦는 리무버도 함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좋은(?) 구매였다.
뒷면의 탈색 정도 예시. 강한 탈색과 부분탈색을 원하면 드라이어를 이용하라는 친절한 안내가 있었는데, 최대한 변수 없이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실온에 자연방치했다.
# 실험개시
로션느낌의 액체 1포와 파우더가 함께 들어있다. 한데 넣고 섞어주면 요렇게 푸르스름한 탈색약이 완성된다. 양이 아주 많지는 않다. 냄새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탈색약 딱 그 냄새. 초반에는 몰랐는데 오래 맡으니 머리가 좀 아프긴 했다.
자, 발라줍니다.
처음에는 20분 방치. 타이머를 맞추고 기다린다.
짜잔. 20분 방치 한 결과물. 아직 금발의 느낌까지는 아니다. 20분 추가.
탈색약을 닦아내고 말려야하는데 사무실에 드라이기가 없어서 폭풍 부채질 (feat. '엽기적인 그녀2' 프레스킷)
20분 씩 두번 탈색한 머리카락. 첫 번째보다 밝아지긴 했으나, 아직 멀었다. 아무래도 머리카락이 달라서인지 결과물의 색 차이가 나는 편. 갈색으로 염색된 머리는 좀 더 오렌지빛으로 색이 빠지고 있었다.
추가 30분 방치.
오, 이제 제법 금발의 느낌이 난다. 처음보다 가늘어지긴 했지만 아직 최소한의 윤기는 남아있는 상태. 나의 목표는 겨우 이 정도의 노란 빛이 아니렸다. 여기 30분 추가요.
짜잔. 연한 노란빛의 머리가 완성됐다. 이렇게 봐서 그렇지 아마 머리 전체를 이렇게 탈색했다면 사람들 시선깨나 받을 것이다. 이때부터 끊어지는 머리카락들이 상당히 발생.
한 번 더 30분 방치. (티몬 어플 알림의 시선강탈)
이쯤 되니 머리가 아주 개털이 됐다. 아, 아니. 개털은 부드럽다. 그보다 훨씬 거친 털을 상상해보자. 금빛을 넘어 백발에 가까워지고 있다. 흥미진진하다. 내친김에 한 번 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런 표현 어떨지 모르겠는데, 머리가 '바삭바삭'해졌다. 손상모와 건강모의 차이는 이제 그다지 의미가 없어보인다. 이러나 저러나 바삭바삭하다. 이 정도 색을 뺐다면 웬만한 아이돌 컬러는 소화 가능하겠지. 아니라고 해도 더 이상 하면 머리가 정말 다 녹아버릴 것 같았다. 인간의 머리라고 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합시다. 아이돌 머리 하기가 이렇게 힘든겁니다. 여러분.
# 결과보고
실험주제: 아이돌 컬러 해보고 싶습니다만...
실험일시: 2016년 5월 9일 (날씨 맑음)
실험결과: 단계별로 보시라.
# 기타 보고사항
1. 인간의 머리카락은 생각보다(?) 강하다.
2. 탈색약도 생각보다 강하다.
3. 다시 한 번 말하겠다. 하수구에서 머리카락을 건지는 일은 결코 없었다.
4. 탈색약을 샀는데 본품 염색약을 준 행사(?)는 여전히 미스터리.
5. 머리카락과 탈색약으로 옥수수수염 연성에 성공했다.
사진=안이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