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LINE// 여배우들은 작품을 위해 큰 결심을 하고 노출 연기를 선보이지만, 베테랑 전도연, 김혜수, 문소리 등도 고민할 만큼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하물며 신인 여배우라면 그 고민은 말할 것도 없다. 누구보다 주목 받으면서 데뷔할 수도 있지만, 자극적인 홍보와 이슈로 ‘노출’ ‘베드신’ 등만 부각돼 평생의 족쇄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개봉을 앞둔 ‘아가씨’ 김태리를 비롯해 ‘은교’ 김고은, ‘인간중독’ 임지연, ‘봄’ 이유영, ‘순수의 시대’ 강한나, ‘마이 라띠마’ 박지수, ‘짓’ 서은아 등이 데뷔작에서 노출 연기를 했다.
이들은 왜 이러한 부담감을 안고도 노출 연기를 선택했을까. 어떻게 해야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롱런하는 배우가 될 수 있을까.
# 노출 작품을 선택하는 이유
인터뷰 현장에서 신인들에게 “왜 노출 있는 작품을 선택했냐?”고 질문하면 돌아오는 답은 비슷하다. 대부분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고 노출은 작품에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라고 답한다.
물론 이 대답이 거짓말이라는 것은 아니다. 좋은 시나리오와 유명 감독이 있는 황금 같은 기회를 마다할 사람은 없다. 이번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오디션에도 ‘노출수위 협의 불가’라는 강력한 조건에도 1,500명이 지원했을 정도다.
한 관계자는 “제작사에서 괜찮은 신인 있으면 오디션에 보내달라고 할 때가 있는데, 본인 의사와 어떤 감독의 작품이냐가 중요하다. 전 작품이 뛰어났던 감독이거나 박찬욱, 김대우 등 이름 있는 감독이라면 노출이 있어도 욕심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여기서 좀 더 들여다보면 환경적인 요인도 존재한다.
불과 6~7년 전만 해도 신인 여배우 등용문이던 ‘여고괴담’ 시리즈가 꾸준히 제작돼 공효진, 최강희, 김옥빈, 박한별 등의 신인들이 탄생했다. 그러나 흥행 부진 등의 이유로 지금은 중단된 상태다. 이와 함께 여배우가 나올만한 시나리오도 적어서 ‘데뷔의 길’은 더욱 좁아졌다.
또한, 본인이 하고 싶은 배역은 다른 사람도 탐내기 마련이다. 이때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니면 톱스타 끼워팔기도 못하고, 요즘에는 걸그룹 멤버들의 연기 활동이 필수가 되면서 경쟁자가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신인을 캐스팅하는 제작자는 많지 않다. 조금이라도 인지도가 높은 아이돌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신인들은 상대적으로 경쟁자가 적은 노출이 있는 작품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존 여배우들은 인지도와 이미지가 구축된 상황에서 노출 연기를 쉽게 선택하지 못한다. 그리고 제작사 입장에서는 신인을 캐스팅하면 온전히 영화 속 캐릭터로 어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럴 경우 신인 여배우와 제작사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A 기획사 대표는 “근데 시나리오와 감독이 좋아도 신인이 노출을 하면 사람들은 그 배우가 모든 걸 보여줬다고 착각할 때가 있다. 배우마다 근육의 움직임, 눈빛, 목소리, 분위기 등이 다른데, 노출 한 번에 이 모든 에너지를 썼다고 생각하더라. 신인 여배우가 노출을 했을 때 제일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노출 연기는 정말 쉬운 결정이 아니다”고 말했다.
# 신인 여배우 데뷔는 노출 연기밖에 없을까?
최근 ‘신인 여배우=노출’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운데 전혀 다른 모습으로 눈에 띄는 배우가 있다. 바로 박소담이다.
쌍꺼풀 없는 눈에 개성 강한 외모로 첫 눈에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스타일이다. 한예종 졸업 후 50여 개가 넘는 각종 오디션을 보면서 ‘상의원’ ‘베테랑’ ‘사도’의 단역과 조연으로 출연했다.
그러다 오디션으로 캐스팅된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을 통해 연기력 호평이 이어졌다. 특히 2,000대1의 경쟁률을 뚫은 ‘검은 사제들’에서는 김윤석, 강동원 못지않은 열연과 존재감으로 극찬이 쏟아졌다. 현재 가장 잘나가는 20대 여배우 중 한 명이다.
사실 ‘은교’ 김고은이나, ‘검은 사제들’ 박소담이 주목받은 데에는 ‘연기력이 뒷받침돼 있다’는 것이 가장 컸다. 주목을 받은 뒤 연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빈 수레가 요란한’ 꼴이 된다.
# ‘롱런하는 배우’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
노출 연기 이후 신인 여배우의 행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이슈와 함께 연기력과 매력을 인정받아 꾸준히 작품을 하는 경우, 노출만 화제 되고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
‘색, 계’를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탕웨이도 노출로 얻은 이슈를 지금까지 끌고 온 게 아니다. 그 뒤의 행보를 결정짓는 것은 다분히 개인의 능력에 달려 있다. 관계자들 역시 첫째도 연기, 둘째도 연기라고 입을 모았다.
B 기획사 대표는 “20대 여배우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노출 연기 제안은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신인 여배우를 관리하고 있는 모든 회사의 고민이자 과제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노출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이것도 기본적인 연기력이 갖춰졌을 때 가능한 고민이다. 노출 연기가 일회성이 되지 않기 위해선 연기력과 호감도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 '은교' '아가씨' '봄' '여고괴담4' '검은 사제들' '계춘할망' 포스터 및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