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이드 = 강효진 기자] 최근 들어 떴다 하면 차트를 점령하는 OST 음원들. 드라마, 영화의 스토리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듣기만 해도 영상이 자동 지원된다. 그래서 어쩔 때에는 드라마보다 OST가 더 유명해지기도 한다.
가이드 보컬들이 주로 부르던 시절을 지나, OST 흥행에 힘입어 톱 가수가 된 이들이 생기고, 이제는 ‘OST 강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들이 나타날 만큼 OST의 힘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이런 OST 음원,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될까?
# OST도 드라마의 일부다
우선 OST 제작은 음악 팀의 음악PD들이 전담해서 한다. 이제는 드라마에 삽입되는 곁가지 음악이 아니라 팀을 꾸려 드라마 제작 단계부터 특별히 신경써야할 중요한 파트로 대우를 받는 것이다.
이 음악PD들이 드라마 시놉시스가 나왔을 때부터 드라마에 맞는 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한다. 촬영에 돌입하고 영상으로 구현되면 분위기가 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총괄 감독의 지휘 아래 꾸준히 수정해나가면서 드라마의 분위기와 맞춰나간다.
이렇게 곡이 완성되면 어울리는 가수 라인업을 1순위, 2순위, 3순위 등으로 구성하고 섭외에 돌입한다.
“순위를 정해놓고 차례대로 연락을 돌려요. 톱가수들은 설득이 힘드니까요. 드라마 하나 하는 동안에는 다른 OST를 못해요. 상도덕을 지켜야하는 거죠. 그러니 섭외가 안 될 때를 대비해서 다른 친구를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가요 관계자 A)
그래서 우선순위 가수들은 잘 될 확률이 높은 OST를 먼저 선점할 수 있게 되는데 여기서부터는 이제 운이다. 드라마 시청률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딱히 구미가 당기지 않아 포기한 작품의 OST가 대박 날 경우, 선택하지 않은 입장에서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최근 성시경은 콘서트에서 “거미가 부른 ‘태양의 후예’ OST ‘유 아 마이 에브리띵(You are my everything)’ 제안을 받고 거절했는데 이렇게 대박이 날 줄 몰랐다. 속상해서 술을 엄청 마셨다”는 에피소드를 공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 우선 순위와 관계없이 테마에 어울리는 가수를 찾기도 한다. 예를 들면 ‘프로듀사’에서 여주인공 아이유의 목소리인가 싶었던 벤의 ‘두근두근’ 같은 경우다. OST가 드라마 스토리에 몰입감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종종 노래를 잘 하는 배우들이 캐릭터에 몰입해 테마곡을 부르기도 한다.
“유명 가수도 좋지만 테마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주인공 테마면 주인공과 느낌이 비슷한 음색을 가진 친구를 찾는 거죠. 비슷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노래를 하면 아무래도 보고 듣는 사람들 입장에서 감정 전달이 잘 되니까요.” (가요 관계자 B)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OST 작업 속도는 천차만별이다. 드라마가 시작되면서 한번에 진행을 해놓고 차례로 공개하는 경우도 있지만, 드라마의 속도에 맞춰 유동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요즘은 많은 편이다. 이런 방식은 각 음악 팀의 작업 스타일에 따라 달라진다.
“작업하면서 한꺼번에 처음부터 모든 걸 잡아서 스타트하는 팀이 있는 반면, 노래를 만들면서 중간 중간에 ‘이 테마는 이 가수로’ 하는 식으로 결정할 때도 있어요. 방송 시작 된 다음에 가수를 섭외하는 경우도 많죠.” (가요 관계자 A)
“보통은 절반 전에는 모든 음악 작업이 끝나는 편인데 최근에 방송 중인 모 드라마는 종영 직전까지 OST가 나오기도 하더라고요. 방송 2회 차 남겨놓고 녹음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예전에는 총 7곡이면 7곡 이런 식으로 정해놓고 시작해서 추가가 안 될 때도 있었는데, 요즘엔 드라마가 반응이 좋으면 추가되기도 하거든요.” (가요 관계자 B)
# 1순위 톱 가수들 섭외전쟁
그렇다면 모든 드라마에서 가장 먼저 곡을 제안 받는 1순위 가수들은 누굴까? 백지영, 케이윌, 성시경 등 우리가 알고 있는 OST 여왕, 제왕, 공주, 왕자 등등의 타이틀이 붙는 가수들이다.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러브콜을 받는다.
“저희 회사는 1년 내내 방송되는 모든 방송사의 OST 제안이 거의 다 들어와요. OST 1순위로 꼽히는 가수들이 여럿 있으니까요.” (가요 관계자 C)
톱 가수를 보유한 기획사에서 OST에 참여할 곡을 고르는 기준은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물론 곡이 좋을 것. 앨범 타이틀을 고르듯 같은 방식으로 임원진과 직원들이 논의해서 ‘뜰 것 같은’ 노래를 고르는 데 주력한다. 당연히 음악감독 라인업도 고려한다. 히트작이 많은 음악 팀일수록 1순위 가수 섭외가 수월한 편이다.
두 번째는 잘 될 것 같은 드라마다. 1순위 가수들은 시놉시스를 미리 받기도 하는데 배우들이 작품에 출연 결정을 할 때처럼 가수들도 시놉시스를 보고 이 드라마 OST 라인업에 참여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드라마가 재밌으면 하고 아니면 안 해요. 전에는 주인공이 늘 드라마 흥행에 실패하던 배우라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잘 되는 걸 보고 들어가기도 했거든요. 요즘은 보통 첫 방송 보고 결정하는 편이죠.” (가요 관계자 D)
세 번째는 가수 이미지와 맞는지의 여부다. 너무 뜬금없는 장르의 곡을 부를 수 없으니 가수의 느낌과 기존 이미지를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선택한다.
마지막은 시간이다. 아무리 잘 될 것 같은 드라마와 좋은 곡이어도 OST를 부른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면 참여가 어렵다. OST라는 장르 전속으로 이미지가 굳어지기도 하고, 하이라이트 부분만 자주 들리는 음원이기 때문에 가수의 이미지 소비가 심할 수 있다. 더불어 시청자들의 몰입도도 고려해야하니 대부분 최소 3개월은 텀을 두는 편이다.
“텀을 줘야죠. 몰아서 하긴 좀 그래요. 여름에 크게 히트한 곡이 있으면 겨울까지는 쉬어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너무 자주해서 희소성이 떨어지면 가창료도 함께 떨어지기 때문에 몸값 유지 차원에서도 쉬면서 하는 편이에요.” (가요 관계자 B)
이 개런티는 가수들마다 대외비지만 무명 가수가 한 곡의 가창료로 50만원을 받는다면 1, 2, 3순위에 꼽힐 톱가수들은 최소 1000만원, 톱 A급일 경우 그 이상이라는 귀띔이다.
그 외에 OST 콘서트나 기타 공연 계약은 별도로 하는 추세다. 잘 나가는 드라마는 해외에 판권이 팔리기도 하고 그 때 발이 묶이면 다른 작품에 참여하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보통 한·중 대작 이런 작품참여하면 그 사이에 다른 거 못 불러요. 해외 판권에 묶이면 그 시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되니 신중하게 결정하는 편이죠.” (가요 관계자 A)
# OST가 띄엄띄엄 나오는 이유 = 정규 말고 싱글 내는 이유
마지막으로 예전처럼 OST가 드라마 시작과 동시에 한꺼번에 발매되는 것이 아니라 각 테마별 곡이 차례로 오픈되는 현상은 최근 음원 시장의 변화와도 같은 이유다. 흥행에 대한 위험 부담이 적고 곡마다의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수가 정규 앨범 10곡 이상을 한 번에 발매했을 경우, 타이틀곡으로만 관심이 집중돼 나머지 트랙들이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OST 역시 이런 이유로 쪼개서 싱글로 발매하는 셈이다.
“한 번에 묶어서 내면 음원 차트에 딱 한 번만 걸 수(추천을 받을 수) 있잖아요. 디지털 싱글로 쪼개서 내면 매주 걸리게 할 수 있으니까요. 이슈 생각해서 그러는 거죠. 그리고 싱글 발매로 하면 중간 섭외도 가능하고 드라마가 잘 되면 노래가 늘어나기도 하거든요.” (가요 관계자 B)
사진 = 각 앨범 재킷, 뉴스에이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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