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이드 = 윤효정 기자] SBC 아나운서 테스트 원고, 한 번에 읽어보자.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별미 메뉴 리스트가 공개됐습니다. 안흥 팥찐빵, 영양 왕밤빵, 두텁떡, 앙금 통팥빵 등이 지역과 관계없이 사랑받았습니다. 단팥찐빵, 짱뚱어 찜탕, 게살 샥스핀, 쏨땀 똠얌꿍도 출시 예정입니다."
SBS '질투의 화신' 표나리(공효진 분)가 드.디.어. 오랜 꿈인, 아나운서 시험을 치렀다. 남친 고정원(고경표 분)의 '길막' 스킬과 구 짝사랑남 이화신(조정석 분)의 헬기 도움까지 받고 입성한 시험장.
긴장한 표나리는 죽어라고 원고를 외웠지만 뉴스룸 데스크에 앉자마자 속보 원고가 날아온다. 일명 '슬라이딩 원고 테스트'란다. 아무리 당황한 상황에서도 시선은 2번 카메라, 주어와 마지막 문장은 정확하게 카메라를 보고 리딩, '쏨땀 똠얌꿍' 발음까지 소화해야 한다.
나주희(김예원 분)는 모형 뱀을 보고 쌍욕을 했고, 카메오로 출연한 김윤상 아나운서는 넘어졌고, 전현무는 원고를 빼앗기지 않으려 고군분투했다. 아나운서는 이렇게 힘든 과정을 통해서 탄생하는 것이었던가.
생생하게 그려진 SBC 경력직 아나운서 테스트. 하.지.만. 실제 지상파 아나운서 공채 시험과는 다르다. 드라마인 만큼 조금 더 극적으로 그려졌다. 또 '경력직' 시험이라는 점에서 장음/단음 구별, 돌발상황 대처능력 등을 보는 설정을 추가했는데 사실 경력직 공채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SBS의 경우 지난 1996년 경력직 아나운서 채용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신입 아나운서 공채시험만 있었다.
Q. 슬라이딩 원고 테스트 실제로 있나요?
"드라마 속 아나운서 테스트는 극적으로 만든 상황이라고 봐야 해요. 슬라이딩 원고 테스트는 만든 설정이죠.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않아요. 출제되는 뉴스 원고, DJ 원고 등은 기존에 보도된 기사를 기본으로 하며 바꾸는 경우는 없어요. 갑자기 '이걸 해보세요'라고 주문하지는 않아요."(지상파 방송국 아나운서 A)
그러니까, 테스트에서 최대한 '변수'가 없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수많은 지원자가 있으므로 공평한 테스트를 진행해야 하는데 '변수'가 있으면 형평성에서 어긋날 가능성도 높기 때문.
"다른 회사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많은 지원자들이 엄청 긴장한 상태인데 그러면 제 실력을 보여주기 어렵잖아요. 최대한 긴장을 풀어주고 자신의 실력을 다 보여줄 수 있게끔 만들어주려고 하죠. 일부러 긴장감을 만들거나 돌발상황을 연출하지는 않죠. 드라마의 재미를 위한 부분입니다."(SBS 배기완 아나운서)
Q. 모형뱀을 던지는 테스트, 실제로도 있나요?
경력직 채용이라는 설정 때문에 들어간 장면이다. 재미를 위한 연출이랄까.
"연출입니다. (웃음) 드라마는 극적인 요소가 가미됐고 실제는 훨씬 정형화되어 있고 원칙에 충실해요."(SBS 배기완 아나운서)
"'지금 지진이 났다고 생각하고 뉴스를 진행해보라' 등 상황을 가정하고 테스트를 한 적은 있는데 드라마와 같은 테스트는 실제로는 없다고 봐야 해요. 위기대처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이라면 합숙하는 프로그램에서 '지금 프로그램을 하나를 기획해보라' '10분 동안 자기소개 하기' 등 갑자기 주어지는 미션이 있는데 그게 대처능력 테스트라고 볼 수 있겠네요."(SBS 김윤상 아나운서)
Q. 쏨땀 똠얌꿍 왕밤빵... 테스트 있나요?
"일부러 어려운 발음을 많이 넣은 원고를 만들지는 않고요. 실제 테스트에서 원고를 리딩 할 때 혀 짧은 소리가 난다던지.. 하는 모습이 보이면 채용 이후 교정이 가능한지 정도는 체크하려고 짧은 문장을 읽어보게 하는 경우는 있어요. 예컨대 '일찍 일어나 일본음식을 먹었다'라는 문장처럼."(SBS 배기완 아나운서)
"방송에 나온 것처럼 어려운 말만 가득한 원고를 쓰지는 않아요. 기존에 보도된 기사 원고 중 읽기 어려운 원고도 있거든요. 그런 원고로 출제하는 경우는 있죠."(지상파 아나운서 B)
아나운서, 기자, 기상캐스터 등 방송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질투의 화신'. 실제 현직 아나운서는 어떻게 봤을까. 지난 6일 '질투의 화신'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던 SBS의 김윤상 아나운서는 "드라마니까 픽션도 있고 (실제와 다른) 극적인 갈등구조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좋고 저 역시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방송인, 방송국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고 말했다.
드라마와 실제, 제일 다른 점은 뭔가요?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하하. '질투의 화신' 같은 멋진 로맨스는 거의 없습니다. (웃음)"
사진 = SBS '질투의 화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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