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이드 = 문지연 기자] 적게는 몇 십 대 일, 많게는 수 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하나의 배역을 맡기 위해서는 3~4회의 오디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쯤은 모두들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이 얘기만 싣는다면 이 기사를 읽는 재미가 없겠지. 그래서 준비했다. 오디션이라는 탈을 쓴 이것의 실체.
지금부터 공개될 내용은 영화와 드라마 오디션 내용을 전부 아우르며, 역시나 제목과 스타의 이름은 모두! 전.부.다 익명으로 처리될 예정이니 굳이 알아내려고 애쓰지는 말자.
# 1차부터 최종까지 정석대로 유형
보통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오디션은 이렇다. 프로필을 제출하고 연락을 기다리고, 1차 오디션을 보고, 2차 오디션을 보고, 3차 최종 오디션을 보면 합격! 이런 오디션도 물론 존재한다. 정말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신인들을 선입견 없이 바라봐주는 이런 정석적인 오디션들 말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합격해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출 수 있는 연기자들은 많지 않다.
“희박하죠. 솔직히 ‘기획사빨’로 먹고 들어가는 신인들이 대다수인데요. 정말 회사도 없는 친구들은 오디션 기회도 주어지지 않을 때가 많아요. 너무 안타깝지만, 그래도 기획사에서 만들어주는 이미지와 애티튜드, 이런 걸 따라오지 못하는 것도 무시 못 하고요. 몇 명이 붙어서 공들여서 만들어주는 걸 어떻게 이기겠어요.”(배우 기획사 관계자A)
“이런 경우에 합격하는 배우들은 진짜 속된 말로 ‘될놈될(될 놈은 된다)’이에요. 영화에서는 진짜 이런 사람들 몇 명 봤어요. 대표적인 예로 최근 드라마와 영화에서 맹활약 하고 있는 배우 K가 있죠. 정말 얼굴 느낌 하나는 타고났어요. 연기도 완벽하죠. 이런 사람들이 기회를 잡습니다.”(드라마 제작사 관계자B)
# 기획사는 모든 걸 해준단다, 실전은 빼고
이쯤 되면 기획사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을 테다. 아니, 맹신해야 할 타이밍이지. 중소형 기획사냐 대형 기획사냐에 따른 차이는 존재하지만, 확실한 건 기획사의 힘은 곧 오디션 합격의 가능성이라는 것이다. 대형 기획사일수록 신인들의 합격률은 점점 더 높아지니까. 이유야 너무나 간단하다. 기획사는 오디션장에 들어가기 전, 모든 것을 해주니까.
“요즘은 중소형 기획사들도 신인들에게 개인기까지는 준비를 시켜요. 완전 기본적인 지정연기, 자유연기, 현장 대본 연기 이런 것은 당연한 거고요. 거기다 뭘 더 준비하느냐가 차별화거든요. 대형 기획사는 신인별로 영상을 제작하기도 한 대요. 종이와 파일로 제공되는 프로필 외에도 그런 영상 하나 더 만들어 두면 감독님들도 다시 보겠죠.”(배우 기획사 관계자C)
“진짜 대형 기획사가 좋은 건, 끌어줄 수 있는 선배들이 많다는 거예요. 솔직히 연예계는 다 연줄인데, 감독님도 아는 배우가 있거나 친한 기획사의 배우들을 먼저 보자고 하시겠죠. 그렇게 오디션을 보게 되면 웬만하면 통과인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대형 기획사는 일단 배우들도 많잖아요. ‘이 중에 감독님 취향 하나쯤은 있겠지’랄까.”(배우 기획사 관계자D)
# 연기 지적은 OK, 인신공격은 말아주세요
신인들의 오디션은 그야말로 살 떨리는 현장이다. 감독의 성향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주로 혼나고 울며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말씀. 연기 지적은 물론이고 간혹 가다 인신공격성 멘트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배우가 꼭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생각을 다시 해 보는 것도 좋겠다.
“배우 데리고 갔다가 자격증 공부 시켜보라는 말 들어봤어요. 배우 길은 영 아니라고요. 근데 저도 솔직히 인정해요. 정신 좀 차리라고 데리고 갔던 것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감독님들도 연기 지적 같은 거 자주 해주시는데 이런 건 완전 좋아요. 신인들도 매번 보던 연기 선생님 말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거잖아요. 공부가 확실히 되죠.”(배우 기획사 관계자A)
“연기 지적만 하면 무조건 OK요. 근데 간혹가다 인신공격성 멘트를 하시는 분들은 정말. 이런 건 좀 없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어떤 남자 배우는 ‘얼굴에 인조티가 너무 많이 난다’는 소리를 들었고, 여자 배우 중 한 명은 ‘너를 다시는 볼 일 없을 거다’라는 말을 듣고 울면서 집에 갔죠. 너무 심한 말씀은 좀 참아주시는 것이.”(배우 기획사 관계자C)
# 의미 없는 오디션, 내정자가 있을 때
뭐니 뭐니 해도 배우와 기획사 관계자를 가장 열 받게 하는 건 내정자가 있는 경우다. ‘내정자가 있으면서 우리는 왜 불렀냐’고 항의하고 싶지만, 상대는 갑 중 갑이라는 감독이다. 밉보이면 그대로 아웃일 수 있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오디션에 가야 하는 건 배우와 기획사 직원들 뿐.
“가서 안 될 걸 뻔히 아는데도 웃고 앉아 있는 기분을 아시나요. 진짜 왜 불렀냐고 하고 싶어도 주먹을 꾹 쥐고 참습니다.(부들부들) 배우는 준비 해 간 걸 다 보여드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하고요. 하지만 감독님은 애를 보는 건지 마는 건지 건성~ 건성. 속에서 열불이 나지만 다음 작품을 기대하면서 저희는 또 웃죠.”(배우 기획사 관계자D)
“근데 관계자들은 알면서도 이 배우들을 데려가는 이유가 있어요. 이렇게 해야지 이 배우한테 뭔가를 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나니까. 배우 입장에서는 소속사가 나한테 뭐라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애들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합격 가능성이 정말 1도 없는 자리라도 만들어줘야하는 거죠.”(배우 기획사 관계자A)
# 오디션 형식은 천차만별
형식은 진짜 천차만별이다. 방송에서 보는 것처럼 1번부터 8번까지 참가자를 한 번에 불러서 보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일대 일 오디션도 있고 전혀 관련이 없는 두 명의 남녀 배우를 함께 보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나 형식이 다양한 가운데 정말 상상도 못한 것들을 준비해 가는 배우들도 있단다.
“요즘은 남녀 배우를 한 번에 보시는 방법도 있어요. 둘의 합을 보려고 하는 거죠. 연기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케미’가 안 살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두 배우를 불러서 대사를 맞춰보게 시켜요. 여기서 둘이 잘 살면 합격, 아니면 둘이 같이 아웃. 그래서 부담이 더 커요. 누군지 알아보고 연습을 시킬 수도 없고요.”(배우 기획사 관계자C)
“춤이랑 노래는 너무 흔하니까요. 이런 것뿐만 아니라 자기계발을 하는 친구들이 진짜 많아졌어요. 연기, 얼굴 되는 배우들이 너무 많으니까 그 중에서도 조금이라도 돋보이고 싶은 그런 간절함이죠. 마술쇼 하는 애들도 있고, 가서 아예 요리를 하는 애들도 있어요. 확실한 건 준비된 자들에게 기회가 온다는 것.”(배우 기획사 관계자D)
# 감독님 말=법, 신인들=乙
배우와 기획사 관계자들에게 있어서 갑 중 갑은 PD다. 신인급 배우들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그래서 장담할 수 있는 건, 감독의 말은 곧 법이라는 거다. 하라면 해야 하고 말라면 말아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고 다음도 기약할 수 있다. 결국 오디션이란 것은 ‘다~감독님 말씀대로’라는 것이 이 긴 이야기의 결론이 되시겠다.
“진짜, 정말, 완전히 감독님 마음대로예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어요. 이 배우가 마음에 들면 하시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고요. 오디션 보는 방식도 감독님 성향에 따라 다르듯 배우를 뽑을 때도 감독님 성향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죠. 캐스팅 디렉터가 뽑았던 저희 신인이 있었는데요. 바로 아웃 당했습니다. ‘느낌’이 별로라고 하시네요. 하하, 아! 하나 덧붙이자면, 매너 좋으신 감독님들도 많으세요. 정말요.”(배우 기획사 관계자C)
“익명을 빌려 솔직한 말씀 한 가지 드리자면. 제발 배우에 대한 배려 정도는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당연히 ‘와라’ 하시면 가고 ‘가라’ 하시면 물러나겠지만, 당일 갑자기 오디션 통보하시면 작품을 하고 있는 친구들은 스케줄을 힘들게 빼서 가야하거든요. 며칠 전에만 얘기 해주시면 더 완성도 있는 모습으로 찾아 뵐 수 있어요. 정말로요. 부탁드려요!”(배우 기획사 관계자A)
사진=채널CGV ‘나도 영화감독이다 시즌2’ 캡처, 셔터스톡
그래픽=이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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