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이드 = 이소희 기자] 14년 전, 김재원이 “피부가 장난이 아닌데”라고 감탄하면, 리즈 시절 안정환이 “로션 하나 바꿨을 뿐인데”라며 으쓱해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뷰티 광고에서 남자 연예인을 보는 게 어색했지만, 현재는 뷰티 광고에서 남녀 구분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꽃미남이 주목받더니 그루밍족이 떠올랐고, 이제는 남녀 상관없이 1일 1팩을 하며 피부 관리를 하는 시대를 맞았다.
그 덕분인지 최근에는 송중기, 박보검, 박해진, 현빈, 서강준, 정우성 등 남자 배우는 물론 샤이니, 블락비 등 아이돌 그룹들이 뷰티 모델 대열에 합류했다.
여자도 질투 날만 한 피부 미남들을 뷰티 업계에서 가만히 둘 리가 없는 것이다.
# 작품 종영 후가 가장 ‘핫’
드라마의 열혈 시청자들은 곧 고객이다. 뷰티 브랜드의 모델 계약 시기가 인기 드라마 종영 시점과 맞닿는 이유다. 지난 4월 KBS ‘태양의 후예’가 종영하자마자 뷰티 브랜드 ‘포렌코즈’는 송중기 모델 발탁 소식을 밝혔다.
“저희 CF에서는 송중기 씨가 화장품을 발라주는 듯한 모습과 함께 모델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데려가는 장면을 담았어요. 드라마 속 캐릭터와 스타의 평소 이미지가 제품에 스토리를 담아주고, 일종의 ‘판타지’를 선사할 수 있는 거죠.” (포렌코즈 마케팅팀 담당자)
지난해 tvN ‘응답하라 1988’에 이어 지난달 종영한 KBS ‘구르미 그린 달빛’까지 연이은 작품 흥행으로 광고계 블루칩으로 급부상한 박보검. 그 역시 ‘구르미 그린 달빛’이 종영될 즈음 코스모코스의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비프루브’의 모델이 됐다.
# 아시아 전역 입소문 내줄 한류스타
한류 스타만큼 해외 진출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는 것은 없다. 실제 ‘포렌코즈’는 면세점에서 송중기의 사인이 들어간 에디션을 판매했는데 초도 물량이 이틀 만에 소진됐다고 한다. 한 제품을 30개씩 구매해간 중국 고객도 있었다고 하니, 한류 스타야말로 남녀 상관없이 뷰티 업계에선 보물이다.
지난 5월 ‘제이준 코스메틱’도 한류 스타 박해진을 모델로 발탁하며 기대를 한껏 내비쳤다. 이후 지난 10월에는 중국에서 상표권을 취득해 티몰HK 국내관이 입점하는 등 중국 진출에 본격적인 탄력을 받았다. 중국 후난위성TV ‘나는 가수다’에서 맹활약한 황치열 역시 한중문화홍보대사로 위촉됨과 동시에 ‘시에로 코스메틱’의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
“당시 ‘핫’한 스타들을 모델로 발탁해 브랜드가 크게 디벨롭하는 계기를 갖는 거죠. 모델이 남자라고 해서 남자 고객이 늘어나진 않아요. 오히려 한류 스타를 모델로 발탁하면서 해외 고객을 잡는 게 우선이죠.” (B 뷰티 브랜드 마케팅팀)
# 전략적 팬덤 활용
지난 9월 뷰티 브랜드 ‘에잇원더스’는 블락비를 모델로 발탁, 주력 상품인 촉촉 프로폴리스 블랙 마스크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스크 팩 주성분 프로폴리스와 블락비 팬들의 별명 ‘꿀벌’이 이뤄낸 계약이다.
“국내외 상당한 팬덤을 보유한 블락비는 이미 팬들과 함께 ‘꿀벌’을 콘셉트로 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 바 있기 때문에 저희 프로폴리스 마스크팩의 홍보 효과가 배가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에잇원더스 관계자)
# 스타와 브랜드, 상생 협업
톱스타들의 선택이 의아할 수도 있겠다. 유명 뷰티 브랜드, 굴지의 대기업보다는 신생 코스메틱 혹은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들을 ‘선택’하는 경우가 다수기 때문.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거죠. 스타들 입장에서도 브랜드 인지도 보다는 제품성이나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모델을 결정하고, 함께 성장해나갈 때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포렌코즈 마케팅팀 담당자)
“이미 한류 스타, 톱스타를 브랜드의 얼굴로 앞세운 대기업들을 뚫기란 힘도 들고요. 뷰티 아이콘이 될 수 있는 신생 브랜드들을 선택하는 거죠. 팬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연예 소속사 관계자)
“굴지의 대기업이나 유명한 뷰티 브랜드는 사실 모델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요. 그런데 국내 인지도가 적은, 작은 브랜드의 경우는 톱스타 섭외를 통해 인지도 상승은 물론 이미지 개선에 효과를 많이 볼 수 있죠.” (뷰티 브랜드 홍보대행사 실장)
소비자들은 갈수록 단순 제품력이 아닌 제품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매하고, 제품 속 특별한 스토리를 구매하고자 한다. 현빈 팩을 쓰면 내가 현빈의 피부가 될 것 같고, 송중기 크림을 쓰면 마치 송중기가 내게 크림을 발라주는 것 같은 ‘판타지’는 역시 국경과 나이를 막론하고 가장 공감하기 쉬운 것이다.
그래픽 = 안경실
사진 = 뉴스에이드 DB, 포렌코즈, 코스모코스, 제이준 코스메틱, 시에로 코스메틱 제공, 현빈 웨이보, 최지연 기자
leeohui@news-a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