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이드 = 하수정 기자] 영화를 자주 접하다 보면 좋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가 있다.
우리나라에 영화와 관련된 많은 직업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완성된 작품이 관객과 만나기 위해 A부터 Z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일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한 작품의 이미지를 결정짓고, 때론 흥행에도 큰 역할을 하는 홍보마케팅이다.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예비 홍보인들을 위해 현재 국내를 대표하는 영화 홍보마케팅 회사 4곳(올댓시네마, 영화인, 퍼스트룩, 호호호비치)의 실장, 이사, 대표에게 ‘SOS’를 쳤다. 홍보마케팅 분야 취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와 취업하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참고로 올댓시네마, 영화인, 퍼스트룩, 호호호비치 등은 국내 대작은 물론 해외 블록버스터까지 다양한 작품의 홍보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올댓시네마는 ‘덩케르크’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영화인은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리얼’, 퍼스트룩은 ‘군함도’ ‘특별시민’, 호호호비치는 ‘더킹’ ‘킹스맨: 더 골든 서클’ 등의 작품을 준비 중이다.
# ‘씨네21’ 구인구직 게시판을 봐라
‘홍보마케팅 회사에 입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관계자들은 ‘씨네21’ 구인구직 게시판을 언급했다. 수시로 영화 마케팅사 채용 공고가 업데이트돼, 업계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유용한 구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한겨례 문화센터 영화홍보마케팅이나 여성영화인모임 등에서 홍보마케팅을 공부했거나 워크숍을 들은 경험이 있다면 취업 때 도움이 된다. 특별히 전공을 따지거나 외국어 능력 등이 필수 조건은 아니다.
“영화 마케터 전문 인력 양성 기관을 통해 공부한 친구를 우선순위로 뽑고, 좋은 인재를 추천받기도 한다. 실무에 투입되기 전, 어떤 세계에 뛰어들 것인지 미리 배우고 감이 있으면 적응력도 남다르다.” (호호호비치 이채현 대표)
강효미 이사 역시 홍보마케팅에 대한 워크숍 강좌를 미리 들으면 방대한 업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홍보마케팅 업무는 굉장히 방대한 편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업무 영역과 범위를 알아볼 수 있는 마케팅 워크숍 강좌를 수강하는 건 의미 있는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퍼스트룩 강효미 이사)
# 입사하면 하는 일은?
보통 홍보마케팅 회사에 입사하면, 곧바로 유명 영화 홍보에 투입돼 인기 있는 톱스타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짧은 글쓰기와 보도자료 작성, 각종 포털사이트 자료 검색 등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할 게 많다.
“영화 마케팅은 크게 AD(광고), PR(홍보), SP(이벤트/프로모션), On-Line의 4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입사 후 6개월 동안 PR 파트에 해당하는 언론 대상 보도자료 초안 작성 및 노출된 기사 리포트 관리, SP 영역에 해당하는 프로모션 업무 등 각 파트 중에서도 일부의 업무들이 주어진다. 그리고 1~3년의 경력이 쌓이면 하나의 파트 전체를 담당하고, 보통 5년 이상이 되면 한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팀장이 된다.” (퍼스트룩 강효미 이사)
영화인 박주석 실장은 입사 초기를 지나면 좀 더 세분화된 업무를 맡아 진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콘텐츠 작성, 영상 구성안, 포스터 및 예고편 등의 선재물 제작 과정에 참여한다. 또, 패션지와 라디오 섭외부터 연예 프로그램 섭외, 영화 기자 커뮤니케이션 등을 맡는다. 3년차 이상이 되면 기자들 인터뷰 진행, 선재물 제작, 마케팅 기획서 작성 및 브리핑 등 주요 업무를 주도적으로 진행한다.” (영화인 박주석 실장)
호호호비치 이채현 대표는 “입사 후 3개월의 인턴 기간은 그야말로 무한도전”이라며 모든 업무 분야에서 다양하게 경험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턴과 수습 기간을 거치고 1년 차가 넘으면 한 편의 외화를 담당할 수 있다. 2년 이상 근무하면 한국영화 한 편의 담당자가 된다. 매니지먼트와 소통하고 행사 기획, 클라이언트 커뮤니케이션 등을 한다. 5년 이상 되면 기자 홍보 인터뷰 스케줄을 짠다. 보통 과장급인데 회사의 핵심인물로 부각되는 시기다. 이때는 본인이 맡은 작품이 20편이 넘어서 노하우도 생긴다.” (호호호비치 이채현 대표)
홍보인들은 개봉을 앞둔 영화의 모든 것을 책임지기 때문에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업무를 맡는다. 막연한 기대로 영화 마케팅을 선택하면, 엄청난 업무량과 업무 범위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홍보마케팅 분야를 지원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능력은 타인과의 소통 능력과 순발력,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성격, 대중적인 시각 등이다. 아무래도 업무의 특성상 제작사, 배급사, 온라인 홍보사, 톱스타, 언론 매체 기자까지 교류하다 보니 아주 소극적이거나 내성적이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타인, 외부에 대한 관심이 있으면 좋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 외향적인 성향과 사교성, 일에 대한 적극성이 필요하다. 일에 대한 능력은 경험으로 쌓일 수 있지만, 개인 성향은 스스로 업무에 맞춰 바꿔나가는 것이 좋다.” (영화인 박주석 실장)
강효미 이사는 홍보마케팅을 업으로 삼기 위해선, 단순히 영화를 좋아하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영화 보는 걸 싫어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영화 관람을 즐긴다. 만약 직업으로 선택한다면 보는 것에서 한 발짝 나아가 영화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퍼스트룩 강효미 이사)
# 이러면 곤란해..황당한 직원 사례
영화의 개봉이 다가오면 가장 바빠지는 시기라서 야근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런 이유로 홍보 마케터는 그리 쉬운 직업이 아니다. 주말 출근이 필요할 때 들어온 직원이 ‘주말 엄수’를 외치며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개봉 시기가 가까워지면 야근이 많은 편인데 일이 힘들었는지, 다음날 아무 말 없이 출근 안 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끊임없이 개봉작을 준비해야 해서 사실상 야근이 잦은 편이다. 회사 업무와 개인 시간의 비중을 현명하게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 1~2년 차에는 그게 마음대로 안 되니까 힘들어하는 직원들도 있다.” (영화인 박주석 실장)
이처럼 늘 새로운 정보와 홍보 방향이 업데이트 돼야하는 홍보마케팅 회사에선 야근으로 힘들어하는 신입도 있고, 지나친 욕심과 환상을 가지고 입사했다가 되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입사 3개월 만에 본인이 카피라이팅이나 배우 핸들링을 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넘사벽’ 업무만 기대한 나머지 실망감으로 돌아가는 친구들도 있더라. 배우라는 남다른 직업을 대할 때 오는 괴리감과 상실감을 견디지 못하면,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호호호비치 이채현 대표)
홍보마케팅 업무는 클라이언트, 배우, 매니지먼트, 방송사 등과 함께 일하며 본인 예상과 다르게 힘들고 고된 점이 많지만, 일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도 꽤 크다.
“직접 담당한 영화를 많은 관객이 보고 행복해할 때 정말 기분 좋다. 홍보마케팅 업무와 직결된 포스터, 예고편, 매체 노출 반응 등이 아주 좋을 때 보람과 뿌듯함, 성취감이 커진다.” (영화인 박주석 실장)
“담당한 영화가 흥행과 마케팅적으로 전부 성공했을 때 큰 성취감을 느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니까.” (호호호비치 이채현 대표)
# 회사마다 특징은?
홍보마케팅 회사에서 일하면 좋아하는 영화와 가깝게 호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근속하면 여러 혜택도 있다. 회사마다 다른 업무 환경과 복리 후생 등을 알아봤다.
“일반 회사 직원들보다 유대 관계가 좋다고 생각한다. 올드 멤버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3년 이상 근무자는 칸영화제를 가고, 근속자를 위해 베를린영화제나 아메리칸 필름 마켓 등을 경험하게 하는 혜택을 준다.” (올댓시네마 김태주 실장)
호호호비치는 외화와 한국영화의 비율을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금전적인 보상인 인센티브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외화 2: 한국영화 1’ 비율을 유지하면서 한국영화가 주는 정신적, 체력적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인센티브가 가능한 작품을 계약할 땐, 흥행 시 마케팅 영역에서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편이다. 3년 근속하면 국내 여행 경비, 5년 근속하면 뉴욕이나 할리우드 여행 경비 제공 등을 진행하고 있다.” (호호호비치 이채현 대표)
설립 15주년이 넘은 영화인은 특화된 프로모션 팀을 중심으로, 균형 잡힌 업무 능력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예전부터 특화된 프로모션 팀으로 운영해 노하우를 쌓고 있다. 기획 및 홍보 파트도 각 파트의 담당 실장을 따로 둬 업무의 전문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영화에서 기획 파트를 담당했다면, 다음 영화에선 홍보 파트 담당을 맡는 편이다. 그러면서 최대한 균형 잡힌 업무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 (영화인 박주석 실장)
# 홍보마케팅 분야의 비전은?
한국영화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홍보마케팅의 필요성도 더욱 대두되고 있다. 4년 전, 영화마케팅사협회(KFMA)가 공식 출범하면서 한국영화 산업 발전과 함께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박주석 실장, 김태주 실장, 강효미 이사, 이채현 대표 등은 업계에서 10년 이상 일하며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잔뼈가 굵은 이들이 내다보는 홍보 마케터의 향후 비전은 어떨까.
“창의적인 일이기에 고민의 깊이 등 모든 것에 쏟는 에너지가 엄청나다. 그렇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 좋아서 하는 일이 곧 잘하는 일이 되는 것만큼 기쁜 일도 없다. 올댓시네마 채윤희 대표님이 쓰신 책 제목처럼 ‘마케팅 없는 영화는 없다’. 이게 대답이 될 것 같다.” (올댓시네마 김태주 실장)
박주석 실장은 홍보마케팅 업무를 통해 유사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홍보마케팅 회사를 차려 본인의 색깔에 맞게 운영을 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 실무 경험을 가지고 영화제작사 기획 프로듀서, 투자 배급사 마케팅 관리자, 연예기획사 홍보실 등 유사 업무 분야로 전향을 선택하기도 한다.” (영화인 박주석 실장)
마지막으로 이채현 대표는 “주목받는 미래의 직업”이라며, 특히 여성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종이라고 말했다.
“‘영화관은 사라지더라도 영화는 남는다’라는 명언처럼 이 직업은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을 미래의 직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현재 과도기를 거치고 시정해나가는 중이다. 시스템이나 복지 등 처우가 개선된다면, 특히 여성에게 좋은 직업이 될 것 같다. 현재도 여성들의 비율의 70% 이상일 정도로 여성 특유의 잠재력을 뽐낼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호호호비치 이채현 대표)
그래픽 = 안경실
사진 = 저작권자/Shutterstock.com, '트랜스 포머:최후의 기사' '분노의 질주:더 익스트림' '군함도' '더킹'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