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돌리고 반복하는 소재의 작품들은 이제 너무 흔해져버렸다. 관객들뿐만 아니라 ‘하루’라는 타임 루프물을 선택한 변요한 역시 “타임이라는 얘기만 들어도 너무 식상하죠?”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왜 이 작품을 선택한 걸까?
관객들은 변요한과 같은 포인트에서 ‘하루’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 9일 오후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변요한을 만나 촬영 비하인드와 개봉을 앞둔 소감을 직접 들어봤다.
Q. 타임 슬립에 이어 타임 루프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 타임 슬립과 타임 루프는 장치적인거지 개인적으로 거기에 대한 호기심은 없거든요. 저는 그 안에 있는 드라마가 더 중요했어요. 총을 들어도 멜로나 코미디가 될 수 있는 거잖아요. 영화 안에 담긴 메시지를 보고 들어갔어요. 이번 캐릭터는 전작과는 감정 자체가 다르기도 했고요.”
Q. 강식과 처음 만나는 신이 격렬했다
“유재명 선배와 찍는 첫 신이었어요. 처음 만났는데 ‘아 선배님 안녕하세요. 식사 하셨어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고 칼을 막 (웃음). 이게 되게 묘하죠. 계속 컷 할 때마다 ‘선배님 괜찮으세요?’ 하기도 뭐하고요. 어차피 또 싸워야 하니까요. 그런 것들이 작은 변요한으로서의 딜레마였어요. 끝나고 연락드렸어요. 링겔 맞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맞았다고 말씀드렸죠.(웃음)”
Q. 선배들이 한결같이 변요한의 열정을 칭찬한다, 그 이유는 뭔가?
“젊은 나이에 흥행작이 많다고 오래 할 수 있는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근데 오래 하는 건 운명이라고 생각하는데 오래 하는 분들이 너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지금 고민하는 지점을 밟고 걸어가셨을 거고요. 선배님들과 작품 할 때 지기 싫었던 건 하나였어요. 그 분들이 제 나이 때 갖고 계셨던 열정보다 제가 더 뜨겁고 싶어요. 그러지 않으면 후배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이 돼요.”
Q. 변요한은 어떤 후배인가?
“모르면 모른다고 얘기를 해요. 모르는데 아는 척 안 해요. 없는 데 있는 척 안하고요. 저는 성격이 애교가 없어요. 살갑지도 못하고요. 대신 진짜 모르는 게 있으면 선배님들을 찾아가서 ‘쉬시는 데 죄송한데요’ 하고 물어보면 다 말씀해주세요.”
Q. 민철은 캐릭터가 있다기 보다는 특별한 상황에 처한 인물이다. 어떻게 이입했나?
“저는 친구들한테 통계를 냈어요. ‘너라면 어떨까?’ 하니까 다들 ‘돌지 않겠나?’하더라고요. 절제하면서 연기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저한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저는 더 심하게 할 것 같아요. 그냥 그 고통을 관객 분들에게 전달하고 싶더라고요. 첫 촬영 때 그냥 문을 여는 신인데 안 열리더라고요. 순간적으로 감정이 올라가서 벽돌로 유리창을 깼어요. 사실상 돌발 상황인 거죠. 근데 그것도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편집이 됐지만요.”
Q. 실제로 변요한은 감정 표현을 어떻게 하는 편인가?
“저는 좀 인색한 편이에요. 표현을 거의 안하고 힘들다는 얘기도 안 해요. 유학 생활도 혼자 오래 했고요. 그러면서 버티는 게 있어요. 털어놓는 건 소수 몇 명이었고요. 요즘에는 좀 많이 해요. 서른 살이 지나고 부터는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랑한다고도 해야죠. 거기까지 인색하진 않아요.”
Q. 연기가 두렵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저는 저를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겠어서 휴식 기간 동안 제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등등 제 취향을 찾아가고 있어요. 나한테 맞는 운동법까지요. 제 인생도 모르는데 다른 인물을 어떻게 알까 싶은 거죠. 그러려면 더 본질적인 감정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요. 요즘엔 친구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어요. 더 들어주고 같이 나누려고 해요.”
Q. 취미가 피규어 제작이라고 들었다
“인터뷰마다 계속 얘기해서 민망하긴 해요.(웃음) 어릴 때 좋아했던 배우들을 정리하는 시간이에요. 한 분 한 분 모시면서 아침에 일어나면 먼지도 털고요. 지금 저희 집은 뭐 거의 칸 영화제에요. 드레스코드는 블랙이고요. 넥타이가 불편해보이면 풀어주기도 하고요. 저는 지금 제가 집에 없으니까 피규어들이 다 같이 놀고 있다고 생각해요. (폭소)”
Q. 오래 만나는 친구가 굉장히 많다. 사귀는 비결이 있나?
“저는 (친구를)제가 사귀고 싶어서 사귀지 않아요.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인위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 만나는 친구들은 되게 오래 됐어요. 십년 넘은 친구들이에요. 어릴 때 주먹다짐까지 갔다가 서로 예의를 갖추게 된 친구들이요. 예의 있게 장난치는 게 너무 재밌어요. 그러면서 진실된 얘기를 들어주고 싫은 소리를 할 수 있고 그런 관계까지 갔죠. 꾸미지 않아도 되고요.”
Q.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하루’를 추천한다면?
“너무 사실 다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들만의 피와 땀이고요. 톰(크루즈) 형도 미국에서 피와 땀을 흘렸겠죠. 저희 영화도 한국에서 피와 땀을 흘렸거든요. 그래서 괜히 부담스럽게 얘기하기 보단 한국 영화를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근데 저도 인생작이 ‘라라랜드’에요. (폭소) 아 물론 ‘8월의 크리스마스’도 좋아하고요. 좋아하는 영화 너무 많네요. 저는 영화라는 건 다 좋은 것 같아요.”
사진 = CGV 아트하우스
By. 강효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