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의 여성관은 정말 비뚤어졌을까

기사입력 2016.12.23 9:5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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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이드 = 강효진, 문지연 기자] 김은숙 작가의 2013년 작품 ‘상속자들’의 부제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다. 이 말처럼 왕관을 쓴 ‘스타작가’ 김은숙은 높은 시청률에 따르는 영향력 덕분에 늘 찬사와 비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 소재와 스토리는 늘 다채로웠지만 뼈대는 유사했다. 히트작은 대부분 배경과 직업만 바뀌고 ‘신데렐라’ 클리셰를 가장 트렌디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변형시킨 로맨틱 코미디였다. 본인도 이 점에 대해 인지하고 자기 비판적인 대사를 쓰기도 했을 정도다.


“그래서 작가님 드라마는 늘 재벌과 신데렐란가 보죠? 둘이 만나면 부의 재분배니까 공평하네요.” (드라마 ‘온에어’ 중 톱스타 오승아가 스타작가 서영은에게 하는 말)


‘페미니즘’이 화두로 오른 요즘 제일 잘나가는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도 논쟁의 대상에서 빠질 수 없다. 예전 같았으면 별 지적이 없었겠지만, 여성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한 지금은 김은숙 작가의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 전개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시선이 많아졌다.


‘왜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속 여자는 늘 가난하거나 무능력한 존재고, 남자는 재벌도 모자라 신까지 만들어서 언제나 남자가 여자를 구원해주는 상황을 만들어야만 하냐’는 지적이다.


# 김은숙이 묘사한 여자 주인공들의 특징



그래서 ‘파리의 연인’부터 ‘도깨비’까지 10편의 작품을 살펴봤다. 실제로 김은숙 작가의 작품 속 여자 주인공들은 어떻게 묘사되어 있을까. 정말로 여자만 가난하고 무능력한 캐릭터였을까?


먼저 재벌인 남자가 아무 것도 없는 여자에게 반하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는 3편.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이다.


더불어 현재 방송 중인 ‘도깨비’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아예 신이 됐다. 초능력도 막 쓰고 영생의 삶을 산다. 재벌은 집사로 고용했다. 여자 주인공은 고등학생인데다 집도 없고 이모와 사촌들에게 미움을 받는 딱 신데렐라다.


대표적인 히트작이 이렇다보니 ‘김은숙 작가의 작품 속 여자 주인공은 전부 가난하고 무능력하다’는 인상이 씌워질 수 있는데, 전체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의외로 그렇지만은 않았다.


‘프라하의 연인’의 여주인공은 대통령의 딸이자 외교관이었고 남자는 말단 형사였다. ‘연인’에서는 여자가 잘나가는 성형외과 의사였고 남자는 조폭이었다. ‘온에어’에서는 여자가 톱스타였고 남자는 망한 매니저였다. ‘시티홀’에서는 여자가 10급 공무원에서 시장이 됐고, ‘신사의 품격’에서도 여자는 고등학교 교사였다. 물론 ‘태양의 후예’에서는 남자가 위인전에 실릴법한 영웅이었지만 여자도 능력 있는 의사였다.


여자 주인공의 성격은 대부분 주체적이고 씩씩하고 할 말 다 하는 성격에 자신의 직업에 강한 프라이드를 갖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전개상 능력 있는 여자 주인공이 남자를 돕는 것 보다는 남자가 여자를 위기에서 구출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설정이 임팩트가 컸다.



# 김은숙의 여성관을 보는 시선① : 문제 없다


그렇기에 김은숙 작가의 작품을 보는 입장에서 별 문제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다수였다. 드라마라는 포맷의 특성으로 이해하거나, 단순히 드라마일 뿐이라고 선을 긋는 경우다.


드라마에서는 최소 16부에서 24부 분량의 스토리 전개를 위해 캐릭터를 극대화시켜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 기본 전제다. 그 중 유독 남자 캐릭터를 극대화시키는 이유는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를 소비하는 시청자들에게 남자 주인공 캐릭터가 소비점이 높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니 자연히 남자 캐릭터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많이 쓰게 되고, 상대적으로 격차가 느껴져야 하기 때문에 여성 캐릭터의 무력함이 드러나게 된다. 


이 관점에서는 남성 캐릭터 위주의 전개가 결국 드라마를 시청자에게 ‘파는’ 입장에서는 더 잘 팔리기 위해 잡은 설정일 뿐이다. 작가의 일방적인 가치관 투영이라기보다는 소비자이자 시청자인 이들의 선호도가 쌓이면서 흥행 코드로 굳어지고, 결국 성차별적인 프레임 아닌 프레임을 만들어 낸 셈이다.


이런 시각에 대해 드라마 관계자는 작가와 시청자의 해석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전하며 말을 아꼈다.


“시청자들의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고 그 해석을 존중합니다. 드라마는 드라마로서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드라마 관계자 A)



# 김은숙의 여성관을 보는 시선② : 문제 있다



반면 김은숙이 그려내는 여성 캐릭터들을 보며 아쉬움을 표현하는 이들도 분명 있다. 드라마일 뿐이지만, 드라마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관계와 연애 등에 대한 학습을 이어가기 때문에 고정화된 이미지와 설정들이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시선이 존재했다.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의 윤정주 소장은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은 대부분 직업적으로 미성숙하고 눈물이 많고 가난한 신데렐라 캐릭터가 많다”며 “그러면서 남자에게 의존하게 되고 도움을 받고 상류사회를 경험하면서 판타지를 양산해내고 있다. 그리고 신데렐라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을 통해 꿈을 이뤄가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또 남녀 주인공의 관계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대화들이 여성의 가치관과 목표 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아쉬움을 남겼다는 의견도 있었다. 성숙한 대화를 이어가기 보다는 신분의 차이와 격차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한계를 가지게 된다는 것. 이런 격차 속에서 벌어지는 ‘일방적 도움’의 관계가 드라마를 시청하는 여성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윤 소장은 “여성들이 드라마 속에서 자기 할 말을 다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남성에 이해 주도적 연애를 박탈당하고 수동적인 연애를 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 것도 교육적인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여러 여성들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동적인 롤모델을 계속해서 보여주면서 해피엔딩을 맞이하면 ‘여성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저 정도’라는 것을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자 주인공들이 취하는 설정과 태도는 ‘아주 넓은 범위에서의 여성혐오’라는 입장도 존재했다. 가부장적인 사회 안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것이 남성이라는 사실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 사실상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는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오래 된 속담을 아직까지 잇고 있다는 시선이었다.


# 김은숙의 여주인공은 변화하고 있다



수동적 여자 주인공과 능동적 남자 주인공이라는 관계는 지금껏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꾸준히 지켜져 왔던 고정관념이자 태생적인 한계다. 김은숙 작가가 만들어낸 여성 캐릭터들 중 대부분이 아직 이 고정적인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일 것.


이에 대해 김신현경 여성학 박사는 “김은숙 작가는 사회적 현실을 빠르게 흡수하는 작가”라며 “양성 간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사회적 현실을 판타지적으로 반영하며 여성의 욕망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실 생활에서 줄여질 수 없었던 양성 간의 격차, 그리고 갈등을 드라마를 통해 해소하도록 돕는다는 것. 실제로 김은숙 작가의 작품들 중 가장 큰 호응을 받았던 작품들의 여주인공들에게 시련은 숙명이었다.


다만, 김은숙 작가의 인물 설정이 과거와는 달리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여주인공에게 ‘전문직’이라는 직함과 ‘능력’이라는 새로운 성질을 부여했기 때문. 위에 언급했듯 ‘시티홀’의 김선아는 10급 공무원에서 시장으로 성장했고 ‘프라하의 연인’ 전도연은 대통령의 딸이자 현직 외교관이었다. ‘시크릿가든’의 하지원은 스턴트 배우, ‘태양의 후예’ 송혜교는 의사였다.


그러나 자신보다 강한 ‘어떠한 능력’을 가진 남주인공에게 보호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마련되는 것은 여전했다.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관계는 ‘일방적 도움’으로 채워진다는 것. 가장 최근작인 ‘도깨비’에서도 도깨비 신부 김고은은 도깨비인 공유의 집에 얹혀살아야만했다. 그로인해 공유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김고은은 안락한 살곳을 얻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개 중이다. 남자는 여자로 인해 결핍이 채워지고, 여자는 남자로 인해 ‘신분상승’을 맞이한다는 결과였다.


드라마는 단순히 ‘흥미’를 위해 시청하는 하나의 ‘오락’이라고 생각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어차피 판타지인 것을 아는데 뭐 어떠냐’는 거다.


그러나 반대로 여성이 누군가의 도움으로 인해 유리천장을 깨는 것이 아닌, 여성 스스로 유리천장을 깰 수 있는 드라마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는 시청자들도 존재한다.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시청층이 주목하는 드라마다. 그 영향력 또한 여타 드라마에 비해 크게 다가오는 만큼 설정 단계에서의 신중함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SBS, KBS, tvN 제공

그래픽=안경실

bestest@news-ade.com, mjy809@news-a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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